삼성전자 내 컨트롤 조직 위상 변화
EPC TF, 금융 TF 조직 개편 가능성도
그룹 총괄 미전실 vs 전자 사업에 국한
사업지원실 임무와 범위는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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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사업지원실로 격상하며 상시조직이 됐다. 그룹의 실세로 불리던 정현호 부회장은 고문역으로 물러났고 앞으론 박학규 사장이 사업지원실장을 맡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박 사장이 이끄는 사업지원실의 역할이 과연 삼성전자에 국한할 것인지, 아니면 전자를 넘어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진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이재용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던 컨트롤타워가 공식적인 조직으로 변모하면서 이 회장의 역할론에는 좀 더 무게가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7일 박학규 사장을 새롭게 신설한 사업지원실장으로 위촉하고, 최윤호 경영진단실장 사장을 사업지원실 전략팀장으로, 주창훈 사업지원TF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경영진단팀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문희동 사업지원TF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피플(People) 팀장직을 맡게 됐다.
이재용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벗어내고, 삼성전자의 본업이 본격적인 성장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임시조직이었던 사업지원TF는 무용론과 함께 해체설까지 거론되기도 했었다. 동시에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구(舊)사업지원TF의 위상이 예상보다 컸고, 그룹 내에서도 컨트롤타워로써의 필요성을 일정 부분 인정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사업지원TF 시절 조직 구성원들엔 명확한 임무와 직책이 부여돼 있지 않았으나 이번 조직의 격상과 함께 구성원들에게 전략·경영진단·피플 등 보다 구체화한 임무를 부여한 점이 눈에 띈다.
과거 미래전략실도 비슷한 형태였는데 당시 미전실은 전략과 기획, 재무·인사·홍보 등의 업무를 총괄하며 그룹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신설된 사업지원실이 맡게 될 업무의 상당수는 이미 회사 내부적으론 담당 조직이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결재 라인과 인적 구성이 어떻게 변모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설 사업지원실이 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축이었던 경영지원실과 역할 분담이 어떻게 분리될 지도 관건이다. 경영지원실은 전략 재무라인의 중추로 꼽히던 최윤호 사장, 그룹 M&A의 실세로 불리는 안중현 사장이 몸담은 조직이다. 현재는 삼성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박순철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사업지원실의 수장이 된 박학규 사장 역시 CFO 출신이자, 그룹의 재무통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체급엔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두 조직을 이끄는 인사들의 역할 정립이 필요한단 목소리도 있다.
일단 박학규 사장이 이재용 회장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밑그림이 그려진 상황인데, 삼성전자 내 유일한 부회장이자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하고 있는 전영현 부회장의 역할과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 부회장이 삼성전자 사업부에 등판한 이후 삼성전자 역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기 때문에 이번 조직 개편의 사정권에선 다소 벗어나 있단 평가도 나온다.
사업지원TF가 사라지게 되면서 삼성그룹 제조계열사의 EPC경쟁력강화TF와 금융계열사의 금융경쟁력제고TF의 존립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비상설조직을 없애고 공식적인 컨트롤타워를 설립한다는 기조가 계열사에도 적용되면 나머지 TF 역시 새로운 조직으로 탄생하거나,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 과정에서 사업지원실의 역할이 보다 명확해 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 전반에 걸친 사안을 관할하는 과거 미래전략실과 같은 막강한 조직이 될지, 삼성전자에 국한해 사업을 조율하는 역할에 그치게 될 지는 후속 조직개편 이후에 윤곽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