兆단위 인수 제안 나온 이지스자산운용…한화생명 유력 후보로
입력 2025.11.10 08:41
    본입찰 11일 마감…조갑주 포함 사실상 100% 지분
    한화생명, 에쿼티 구조로 확실한 자금력 내세워
    흥국생명은 인수금융 활용…고용승계 등 조율中
    힐하우스·캐피탈랜드 등 외국계도 끝까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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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이달 11일 본입찰을 앞두고 한화생명이 유력 인수 후보로 부상했다. 태광그룹 금융계열사 흥국생명도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제시했으나 자금 조달 구조와 비가격 조건 협상에서 한화가 한발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계 투자자들도 막판까지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인수 의지와 실행력 측면에서 국내 보험사 중심의 구도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는 11일 본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일부 원매자와는 이달 중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매각 대상은 회사 전체 지분에 육박하는 규모로 조갑주 전 단장 측의 태그얼롱(tag-along) 권리까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한화생명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한화생명은 이지스운용의 희망 기업가치를 약 1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대부분의 자금을 자기자본(에쿼티)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화그룹 임원 두 명이 직접 매도자 측과 조건 협상에 참여하고 있으며 '핵심 인력 고용 유지' 등 비가격 조건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도 한화와 유사한 수준의 가격을 써냈다. 다만 인수금융을 포함한 조달 구조가 일정 부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주관사 측 정량평가에서는 한화보다 보수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는 대부분 에쿼티 중심이라 자금 집행 확실성이 높고, 태광은 인수금융 비중이 있어 시장 환경에 따라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원매자들의 움직임도 본입찰 막판까지 포착된다. 힐하우스캐피탈과 캐피탈랜드자산운용 등이 이지스운용에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인 실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경영권 안정성 및 인허가 리스크를 고려할 때 국내 금융사에 비해 열위라는 평가다. 금융당국이 운용사 지배구조 변동에 민감한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이번 거래에는 MBK파트너스도 예비입찰에 참여하며 초기 관심을 보였으나 실사에는 불참했다. 최근 롯데카드 해킹 사태 여파로 그룹 차원의 대응이 집중되면서 내부적으로 거래 추진 여력이 제한됐다는 분석이다.

      한화그룹과 태광그룹은 모두 대체투자 및 리츠(REITs) 운용 역량 강화 차원에서 이지스운용 인수에 전략적 의미를 두고 있다.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부동산·인프라 투자 플랫폼을 확장 중이며, 한화자산운용과의 시너지 가능성도 거론된다. 흥국생명 역시 흥국자산운용을 중심으로 리츠 및 부동산운용 역량을 넓히고 있다. 

      현재 매도자 측은 주요 후보들과 세부 조건 협의에 돌입한 상황이다. 실사와 경영진 프레젠테이션(PT)은 이미 마무리됐으며, 협상 초점은 핵심 인력 고용 유지와 조갑주 전 단장의 경업금지 조항 등에 맞춰져 있다. 

      매도자 측은 경영 연속성을 위해 주요 운용역의 잔류를 최우선 조건으로 내걸었고, 일부 후보는 인력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핵심 인력 100여명 유지를 전제로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이 빠르면 연내 종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본입찰 직후 우선협상대상자가 바로 선정되면 SPA 협상과 금융당국 사전협의가 병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매각 규모가 크고 고용·경업 관련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실제 클로징까지는 변수가 남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앞선 IB업계 관계자는 "거래 구조는 깔끔하지만, 금융당국의 대체운용사 대주주 승인 절차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한화생명이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속도와 자금 조달력을 보여준다면 조기 종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