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업 규제 강화로 유통물량 축소… 급등폭 더 커져
공모 공백기 후 대기수요 몰리며 청약 경쟁률도 급등
"단기 변동성 심화 가능성…급등 이후 리스크 커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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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공모주 급등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가 최근 조정에 들어가며 증시 주변 대기자금이 초기 변동성이 큰 공모주로 반응하는 흐름이 감지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올해부터 강화된 락업 규제와 유통물량 축소가 급등폭을 키운 구조라는 점에서, 지금의 강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7일 상장한 정밀 산업장비 업체인 이노테크는 코스닥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노테크 주가는 공모가(1만4700원) 대비 4만4100원(300%) 오른 5만8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올해 공모주가 상장일 따따블을 기록한 것은 지난 2월 위너스 이후 처음이다. 11일 종가 기준 이노테크 주가는 6만7100원이다.
이달 3일 상장한 AI 경량화·최적화 기술 기업 노타는 상장 첫날 공모가(9100원) 대비 240.66% 급등한 데 이어 4일과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6일에는 최고가 6만5300원을 기록한 후 11일에는 전일 대비 24.23% 감소한 4만20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큐리오시스와 세나테크놀로지도 지난 4~5일 진행된 공모청약에서 각각 증거금 약 7조2700억원(경쟁률 2203.97대 1), 3조5000억원(885.78대 1)을 모으며 흥행했다. 균등배정 물량은 1인당 1주도 받지 못할 정도로 수요가 몰렸다.
이 같은 흐름은 코스피 주도주의 극단적 편중과 맞물려 나타났다는 분석이 많다. 국내 증시는 지난 6월 3000선을 돌파한 이후 연저점 대비 60% 넘게 상승했지만,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와 조방원(조선·방산·원전) 등 소수 코스피 대형주에 집중된 구조다. 지수는 활황이지만 체감 수익률은 주도주 보유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 셈이다.
주도주 중심의 편중 장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기회를 찾기 어려웠던 자금이 단기 변동성이 큰 공모주에 반응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은행 예금에서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무브도 맞물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88조270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석 달 전보다 21조원 이상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된 IPO 제도 개편도 최근의 공모주 급등을 설명하는 주요 변수다. 락업 비율 30%를 채우지 못할 경우 주관사가 공모 물량의 1%를 직접 보유해야 하는 규정이 도입되면서, 일부 기업은 증권신고서 제출을 미루며 '공모 공백기'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누적된 대기 수요가 최근 일정에 집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관투자자들의 의무보유 확약이 늘면서 상장일 유통 가능한 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점도 급등폭을 키웠다. 이노테크와 노타의 기관 락업 비율은 각각 56.0%, 59.7%였다. 유통 주식 수가 극히 제한되면서 소수 거래만으로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올해 1월 발표한 IPO 제도 개편안을 두고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선 락업을 확대하면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단 지적이 잇따라 나오기도 했다. 락업 비율이 높아지면 유통 주식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주가가 출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락업이 끝나는 시점에도 주가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모가 산정 환경 또한 상장일 주가의 상방 여력을 키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수요예측을 마친 61개 IPO 기업(스팩·리츠 제외) 가운데 83%가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에서 확정했고, 상단을 초과해 결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 상단 초과 비율이 65%였던 것과 비교하면 보수적 공모가 산정이 이뤄진 셈이다.
시장에서는 공모주 급등 배경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단기간 내 급락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노타와 이노테크의 급등은 펀더멘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특히 노타는 AI 업종 프리미엄 외에는 뚜렷한 설명할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 기관투자자는 "단기 과열이 꺼진 뒤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다시 접근하는 전략이 더 유효해 보인다"라며 "코스닥 업황이 개선된다면 내년 공모시장 개선 효과가 더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