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8조 순매도에도 '이 종목'은 담았다…'AI 인프라·車·바이오'
입력 2025.11.13 07:00
    이달에만 7조7000억원 순매도…지난달 전체 순매수(5조) 규모 상회
    기존 대장주 'AI 반도체·방산' 차익실현…클라우드·전력 등 AI인프라에 유입
    "환율 1470원 육박에 단기 조정 불가피…숨고르기 후 재유입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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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일부 업종에서는 선별적 매수세가 포착되고 있다. AI 반도체의 과열 국면에서 하드웨어 비중을 줄이는 대신, AI 인프라·자동차·바이오 등 실적 기반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약 7조740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31일 이후 6거래일 연속 매도세가 이어졌으며, 이번 매도 규모는 지난달 유입된 외국인 자금(5조3447억원)을 단기간에 모두 되돌리고도 남는 수준이다.

      최근 5거래일간 외국인 순매도 상위에는 SK하이닉스(-2조6384억원), 두산에너빌리티(-3886억원), 삼성전자(-3291억원), 한화오션(-1702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538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조선·방산' 중심의 '핵심 랠리 종목'이 일제히 정리되며 차익 실현이 집중된 양상이다.

      반면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는 IT·자동차·AI 인프라 기업이 대거 포함됐다. 대표적 자동차주인 현대차(632억원)를 비롯해 카카오(767억원), 삼성전기(647억원), 이수페타시스(660억원) 등이 매수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LG CNS는 약 2000억원가량 순매수되며 외국인 자금 이탈 속에서 이례적인 유입세를 기록했다.

      그룹 차원에서 AI데이터센터(AIDC) 투자 방침을 밝힌 SK그룹주도 최근 한 주간 수혜를 받고 있다. 외국인들의 대규모 순매도가 시작된 지난 5일 이후 11일까지 SK㈜, SK텔레콤, SK바이오팜 등을 중심으로 순매수가 들어왔다.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3분기 배당 포기 선언 이후 배당주 펀드 자금이 대거 이탈했으나, 최근 AIDC 테마 수요로 추정되는 외국인 및 기관 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이다.

      자동차주는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따른 15% 관세 인하 기대감이, 전력·IT서비스주는 AI·클라우드 확산에 따른 구조적 성장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LG CNS는 클라우드·AI 인프라 수요 증가로 중장기 성장성이 강화되고 있으며, 외부 고객사(논캡티브) 매출 비중이 50%를 웃돌아 사업 다변화 여력이 크다는 평가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증설 수요 확대에 따라 DBO(설계·구축·운영)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LG CNS는 클라우드 외에도 AI·로봇 등 차세대 영역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2차전지·반도체 장비·바이오 등 성장성과 실적 모멘텀이 뚜렷한 기술주로 집중됐다. 이날 기준 외국인 순매수 1위는 에코프로(462억원)였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의 성장 기대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 확대가 외국인 매수를 끌어냈다. 이어 태성(140억원), 하나마이크론(110억원), 클래시스(106억원), 미코(104억원)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외국인은 리가켐바이오(87억원), 에이비엘바이오(49억원), 알테오젠(60억원), 지투지바이오(35억원) 등 일부 바이오주도 선별적으로 매수했다. 최근 한·미 무역협상 타결로 의약품이 '최혜국 대우'를 받고 제네릭(복제약)에 무관세가 적용된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업종은 시장 관심이 낮았지만, 글로벌 기술이전 기대와 정책 지원이 맞물리며 반등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실적 회복이 가시화되면 외국인 자금이 더욱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올릭스(185억원), JYP엔터테인먼트(169억원), 실리콘투(119억원), 고영(108억원) 등은 순매도 상위에 올랐다. 공연 시즌을 앞둔 엔터테인먼트주 등은 실적 피크아웃 우려로 단기 차익 실현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선별 매수 흐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외국인 매도세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12일 오전 기준 1468원에 육박한 원·달러 환율을 외국인 매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인덱스가 100선을 상회하고 있고,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불안심리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매도세를 단기 조정 구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지난달 한 달 동안 코스피가 20% 가까이 급등하면서 누적된 피로감이 차익 실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AI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부담, 달러 강세, 금리 불확실성 등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연준의 완화 기조 유지와 양적긴축 중단 예고는 중장기적으로 유동성 환경을 개선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이번 매도는 구조적 상승 흐름 속 일시적 '숨 고르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세는 단기 과열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에 가깝다"며 "AI 인프라·바이오 중심의 성장 섹터는 오히려 외국인 자금 재유입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환율 안정과 금리 완화 시그널이 확인되면 12월 중순 이후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