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인사 끝낸 SK그룹, 남은 리밸런싱 작업 향방은
입력 2025.11.13 07:00
    지난달 사장단 인사로 내년 사업 준비 본격화
    SK온 구하기는 일단락…계열사들 고민은 지속
    리밸런싱 이어가겠지만 일부 거래는 난항 예고
    신중해진 SK, 전처럼 하방 막은 거래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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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은 예년보다 일찍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내년 사업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올해 SK온을 둘러싼 사업재조정(리밸런싱)이 일단락된 가운데 새 경영진들은 내년에도 비주력 사업 정리와 유동성 확보 작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존 경영진이 손댔다가 마치지 못한 일부 거래는 새 리더십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달 말 SK그룹이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매년 12월 초 진행했던 것에 비해 한 달 이상 앞당겨졌다. 계열사들은 그 전에 성과를 내기 위한 숨가쁘게 움직였다. 인사 결과 리밸런싱과 그룹 현안 처리에 공이 있는 인사들이 중용됐다. SK그룹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등 당면 과제를 조속히 매듭짓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온 지원 작업은 일단락됐지만 각 계열사별로는 해결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며 "당분간은 기초 체력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진 리밸런싱 작업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는 강동수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M) 부문장을 사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그룹 리밸런싱의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SK실트론 매각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올해 내내 매각과 중단 사이를 오가는 양상이었다. 최태원 회장의 이혼 소송 결과가 나온 후엔 신중론이 더 많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리밸런싱의 중추였던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지원 부담을 한결 덜었다. SK지오센트릭의 석유화학 사업 조정, SK어스온의 해외 자원 광구 지분 매각 등 자회사 관련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장용호 총괄사장과 추형욱 사장이 모두 자리를 지킨 만큼 일관성을 갖고 관련 작업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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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유심 해킹 사태로 홍역을 앓은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룹 AI 사업의 핵심인 울산 데이터센터 사업이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 가운데 비주력 사업 매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법조인 출신의 정재헌 신임 사장은 투자유치, 대관 업무 등 영역에서 역량을 보여야 할 상황이다.

      SK스퀘어는 지난달 사장단 인사를 목전에 두고 11번가, 인크로스, 드림어스컴퍼니 등 포트폴리오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했다. 리밸런싱을 이끈 한명진 사장이 SK텔레콤으로 옮겼고, 김정규 SK㈜ 비서실장이 신임 사장으로 왔다. 다만 드림어스 매각은 인수자의 자금 조달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인크로스 매각에선 SK네트웍스와 손해배상 등 조건을 두고 논쟁을 빚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는 재무적 투자자(FI)와 약속한 상장시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는데 최근엔 잠시 소강상태다. 자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은 내년 FI 교체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환경사업에서 반도체 종합 사업으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새 경영진은 폐배터리 재활용 자회사 SK테스의 활용법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KC는 쿠웨이트 국영 기업 PIC와 설립한 SK피아이씨글로벌 매각을 추진 중이다. 실적이 부진한 동박 자회사 SK넥실리스 처리 문제도 남아 있다. 김종우 신임 사장도 큰 틀에선 리밸런싱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 계열의 리밸런싱도 본격화하고 있다. SK이터닉스 매각을 추진 중이고, SK멀티유틸리티와 울산GPS의 소수지분도 시장에 나와 있다. 그룹의 굵직한 리밸런싱이 끝난 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올해 말과 내년에 걸쳐 진행될 SK그룹 리밸런싱 작업을 둘러싼 전망은 엇갈린다. 오랜 기간 시장에 내놨지만 결과가 없었던 자산도 있고, 반대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알짜 매물도 있다. 어느 경우든 성과를 내려면 사모펀드(PEF)와 자본시장의 힘을 빌어야 한다. 금융사의 SK그룹 익스포저, 신중해진 SK그룹의 행보 등이 거래의 변수로 꼽힌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의 보수적인 최근 행보를 감안하면 예전처럼 6~7%대의 보장 수익률로 하방위험을 막아주는 방식의 거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