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인가 여부가 핵심일 듯…외부 리스크도
연이은 당국 수사 등 내부통제 이슈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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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CEO 교체기에 들어서며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상위 10개사 중 7곳 대표의 임기가 연말부터 내년 초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올해 대부분 증권사는 실적 호조에 힘입어 ‘연임 안정권’이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IMA인가 및 내부통제 이슈, 은행계의 경우 지주 기조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사 중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등 7곳의 CEO 임기가 연말부터 내년 초 사이에 만료된다. 업계에서는 증시 거래대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늘고, 기업금융(IB) 부문 실적도 호조를 보이면서 각 사 CEO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NH투자증권과 KB증권으로 모이고 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는 IB부문을 중심으로 실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윤 대표는 연임을 앞두고 IB부문 강화를 적극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NH투자증권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며 경쟁사들이 긴장감을 느꼈다는 전언이다.
다만 올해 연이어 불거진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 사건으로 내부통제 이슈가 도마에 올랐다. NH투자증권은 7월 공개매수 실무직원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혐의로, 10월에는 IB부문 임원이 공개매수 정보를 지인에게 전달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당국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4월에도 서울남부지검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NH투자증권 직원을 압수수색했다.
농협중앙회 인사 기조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농협중앙회는 이달 10일 전 계열사 임원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인적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뇌물수수 의혹 및 ‘보은 인사’ 논란으로 경영 위기가 커지자 대대적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중앙회·농협유통·NH농협은행 등 33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및 전무이사 등 임원 100여 명 중 절반 이상을 오는 12월 정기 인사 때 교체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이 그룹의 ‘인적 쇄신’ 기조를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NH투자증권은 농협 계열사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독립성이 강하고, 윤 대표의 재임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성과가 인정된다면 당장 교체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KB증권은 김성현·이홍구 각자대표의 임기가 12월 종료된다. 현재 KB금융지주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인선 절차를 진행 중으로, KB증권의 안정적 실적에 힘입어 연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지주 내에서는 세대교체 기류도 없지 않다. KB금융이 비은행 계열사 중심으로 조직 재편 논의를 진행 중인 만큼, KB증권의 경영진 구성과 체제 유지 여부가 주요 아젠다가 될 전망이다.
KB증권 역시 내부통제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하반기 KB증권을 정기검사 대상에 포함시키고 내부통제 체계를 집중 점검 중이다. 특히 IB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심사 절차와 리스크 평가 시스템이 주요 검사 대상이다. KB증권은 2023년 채권 파킹·자전거래 의혹으로 금감원 경고를 받는 등 내부통제 관련 논란이 있었다.
김성현 대표는 IB부문을 총괄하며 2019년 이후 5연임 중이며, 이홍구 WM부문 대표도 지난해 1년 임기를 추가했다. 김 대표의 장기 재임에 따라 지주 내 세대교체 필요성이 거론되지만, 실적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하면 연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KB증권은 지난해 인사 폭이 컸기 때문에 올해는 변화 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MA 인가가 CEO 연임 여부의 변수로 꼽히지만,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내부통제 이슈나 그룹 인사 기조가 겹쳐 전망이 쉽지 않다”며 “올해도 인사 예측이 어려운 해”라고 말했다.
현재 대형 증권사들의 핵심 과제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 심사도 대표 인사의 핵심으로 꼽힌다. 13일 정부는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 안건을 심의 및 의결했다. 이달 중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을 거치면, 이들 회사는 IMA(종합투자계좌)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NH투자증권 역시 IMA 인가를 신청한 상태지만, 한국투자·미래에셋증권보다 약 두 달 늦게 제안서를 제출해 아직 현장실사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앞선 인사 결과 발표로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증권사 최초로 ‘반기 1조 클럽’에 오른 한국투자증권 김성환 대표 역시 연임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대표는 2024년 1월 취임 후 연임에 성공했으며,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미래에셋과 더불어 공동으로 1호 IMA 사업자가 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도 내부통제 이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내부 직원이 고객 자금을 도박에 사용한 사건이 발생해 내부 감시 체계 부실이 지적됐다. 3월에는 2019~2023년 사업보고서 회계 오류 정정으로 금감원 ‘주의’ 조치를 받았고, 4월에는 사모펀드 판매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 위반으로 ‘기관경고’ 제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