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부사장·상무급 인력 그대로 재배치
헤드급 인사는 미전실 출신, 재무·인사통으로 요약
안중현 사장 권토중래( 捲土重來), 무게 실린 M&A팀
IB 출신 전진배치 "사업지원TF와 다른 성과 증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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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사업지원TF를 4개의 팀으로 구성된 사업지원실로 격상했다. 공식 조직으로 재편된 사업지원실엔 과거 막강한 권한을 가졌던 미래전략실 출신 인사들이 대거 복귀해 핵심 요직을 차지했다.
전략·인사·진단·M&A 등 삼성그룹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해온 핵심 인물들이 앞으로 어떤 가시적인 성과물을 보여줄지는 관건이다. 특히 그룹의 명운을 좌우할만한 대형 M&A를 추진해 온 안중현 사장, 그리고 그가 이끌 M&A팀에 대한 역할과 위상에 주목도가 높아졌다.
이번에 신설된 사업지원실의 인력 구성은 구(舊) 사업지원TF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업지원TF에 몸담고 있던 부사장·상무급 인력들은 모두 사업지원실로 재배치됐다. 정현호 부회장이 2선으로 물러나고, 경영진단실(舊 감사팀) 실장을 맡았던 최윤호 사장과 경영지원실 안중현 사장이 팀장급 임원으로 합류하는 등 헤드급 인사들은 소폭 변동이 있었다.
사실상 삼성전자를 관할하고, 이재용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게 될 사업지원실의 조직구성은 ▲재무통 ▲미래전략실 출신 ▲인사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조직의 임원은 전략팀(최윤호 사장 팀장) 총 11명, 피플팀(문희동 부사장 팀장)이 2명, 경영진단팀(주창훈 부사장 팀장) 1명, M&A팀(안중현 사장 팀장)이 4명으로 편성돼있다.
실제로 깐깐한 재무통의 대명사였던 정현호 부회장의 역할은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박학규 사장이 물려받았다. 전략팀의 수장 역시 CFO 출신인 최윤호 사장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CFO는 경영지원실 수장이자 박학규 사장의 후임인 박순철 부사장인데, 이번 조잭개편 이후 CFO 출신 인사들이 담당하는 조직의 위상과 역할 변화도 예상된다는 평가다.
박학규 실장은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을 맡았고, 최윤호 전략팀장과 안중현 M&A팀장은 미전실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던 전략1팀 출신이다. 주창훈 경영진단팀장은 인사지원팀 임원으로 재직했는데, 주 부사장은 문희동 부사장(피플팀장)과 함께 대부분의 커리어를 인사 분야에서 쌓아온 조직 관리 전문가로 손꼽힌다.
사업지원실의 인적 구성만 본다면 전략팀이 가장 많고 앞으로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외적으로 크고 작은 성과는 이번에 신설된 M&A팀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커보인다.
삼성전자가 사업지원실 신설을 공식화할 당시만해도 M&A팀 구성은 외부에 발표하지 않았는데, 최근 안중현 사장 예하 기존 TF인력(임병일·최권영 부사장, 구자천 상무) 등이 팀에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중현 사장은 2004년 부장 시절 이재용 부회장(당시 상무)의 첫 사업 성과인 소니와의 합작사(S-LCD) 설립의 실무를 시작으로, 미전실 핵심인 전략1팀에 재직하며 크고 작은 M&A를 주도해왔다. 삼성과 한화(2014년 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 매각), 롯데(2015년 삼성SDI 케미칼 부문, 삼성정밀화학 지분)와의 대형 거래와 2016년 하만의 인수를 주도했다.
최근엔 8년만에 삼성전자 조 단위 M&A 성과인 독일 플랙트(FläktGroup) 인수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안 사장의 복귀로 인해 다시금 삼성이 대형 M&A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사실 안 사장은 지난 2022년 원포인트 승진인사와 함께 비교적 한직으로 분류되는 삼성글로벌리서치(舊 삼성경제연구소)로 보직을 옮길 당시만해도 마지막 예우를 받은 것이란 평가도 나왔지만, 다시금 그룹의 핵심 요직으로 복귀하면서 건재함을 나타냈다.
안 사장이 이끄는 M&A팀엔 임병일 부사장(UBS 출신), 구자천 상무(베인앤컴퍼니) 등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투자은행(IB) 출신 인력들이 배치됐다. 최초 삼성전자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한 구 상무는 퇴사 이후 베인앤컴퍼니로 이직했는데 삼성전자가 다시금 영입해 전략적으로 육성한 인사이다. 구 상무는 삼성전자의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안 사장을 비롯해 M&A팀의 조직을 재건하는 과정에선 과거 미전실 시절부터 해당 분야에서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을 다시금 불러모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사업지원TF에도 여형민 부사장(삼성SDS)을 비롯해 M&A 실무급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는데 현재는 각 계열사로 흩어져 있다. 과거 미전실 출신 인사들이 계열사 발령과 원대복귀를 반복하면서, 결국 그룹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던 점을 고려하면 후속 인사에서 미전실-TF 출신 인사들의 향방도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게감이 큰 인사들이 배치된 사업지원실 M&A팀은 이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사업지원실이 과거의 미래전략실의 후신이란 평가와, 성과보단 논란이 더 크게 부각한 사업지원TF를 답습한다는 지적을 벗어내기 위해선 눈에 띄는 성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략과 인사(피플), 진단(감사) 등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 조직들과는 달리 M&A팀은 과거와 달라진 사업지원실, 그리고 사업적·조직적으로 재정비된 삼성전자를 대변하는 성과를 내기에 가장 알맞은 조직이기도 하다. 다만 과거의 빡빡한 CFO 조직 체계를 이어받은 사업지원실 내에서 과연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진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