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계약 시한, 내년 7월까지 상장 마무리해야
유일한 국내 피어그룹 카카오뱅크 주가도 부진
-
케이뱅크가 세 번째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했지만,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냉담하다. 순이익이 감소하며 성장성을 신뢰하기 어려워진 데다, 비교기업군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까지 겹쳐서다.
재무적투자자(FI)와의 계약상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하는 사실상 '마지막 도전' 속에서 케이뱅크가 상장을 완주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케이뱅크는 지난 10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NH투자증권·삼성증권이 대표주관사로, 예심 통과 후 내년 상반기 중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한다.
이번 IPO는 2022년, 2024년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선 두 차례 시도는 수요예측 실패로 모두 무산됐다. 케이뱅크는 FI와 맺은 Q-IPO 조항에 따라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상장하지 못할 경우 FI는 내년 10월까지 동반매각청구권이나 풋옵션을 행사해 투자금 회수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시장에서 케이뱅크가 이번 상장을 '마지막 기회'로 바라보는 이유다.
케이뱅크는 완주를 위해 공모 구조를 소폭 조정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공모주식 수를 기존 8200만주에서 6000만주로 줄였고, 희망 공모가 밴드도 이전 수준이었던 9500원~1만2000원에서 추가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외형상 부담을 낮췄지만,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가장 큰 변수는 케이뱅크의 성장성이란 평가다. 케이뱅크의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나면서다. 은행업 특성상 순이익이 내부유보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다시 여신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순익 감소는 미래 성장 여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케이뱅크의 3분기 순이익은 192억원으로 전년 동기(370억원) 대비 48.1% 급감했다. 누적 순이익은 1034억원으로 전년 동기(1224억원) 대비 15.5% 줄었다. 케이뱅크는 IT 인프라 투자와 마케팅 확대 등으로 일반관리비가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비용 증가 속도가 수익 증가 속도보다 더 가팔랐던 셈이다.
비교기업(피어그룹)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흐름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케이뱅크는 IPO 밸류 산정을 위해 카카오뱅크를 사실상 유일한 국내 피어로 활용해왔다. 카카오뱅크는 6월 새 정부 출범 기대감과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 소식이 겹치며 주가가 3만7000원까지 치솟았지만, 7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며 고점 대비 30%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카카오뱅크의 올해 상반기 PBR은 2.15배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이후 주가가 떨어지며 시장 기대가 크게 식었다. 현재 올해 말 예상 PBR도 1.58배 수준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오히려 낮아졌다. 피어 밸류가 낮아질수록 케이뱅크의 희망 밸류 역시 하향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신 포트폴리오도 부담 요인이다. 케이뱅크 전체 여신의 약 90%가 가계대출로 구성돼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가 지속할 경우 성장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향후 이익 규모에도 직결된다. 최근 개인사업자 대상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 등 기업성 대출 확대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지만, 해당 대출 특성상 경기 변동에 따라 연체율 상승 위험이 크다는 점이 또 다른 한계로 지적된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의 순이익이 감소한 상황에서, 공모주 시장의 수급 환경, 카카오뱅크 주가 흐름 등 외부 조건이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성공적으로 완주에 성공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핵심 리스크는 성장성 약화로, 순이익 감소는 공모주 특성상 치명적"이라며 "이번 상장 완주는 결국 시장 분위기, 즉 타이밍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