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는 '확장'ㆍ미래는 '신중'ㆍKB는 '주저'...증권사마다 IMA 기대감 다른 까닭은
입력 2025.11.17 07:00
    취재노트
    초대형 IB들 IMA 앞다퉈 도입…KB만 발걸음 주저
    지주서 부정적 목소리…은행·증권 간 고객 겹침 우려
    “발행어음보다 마진 적어”…업계의 현실적 계산법도
    발행어음 한도·그룹 전략 따라 각사 셈법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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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형 IB들 사이에서 종합투자계좌(IMA) 전망을 둘러싼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초기부터 의욕을 보이던 한국투자증권이 공격적 마케팅을 예고한 가운데, 국내 1위 사업자 미래에셋증권은 신중하게 담당 조직 확대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선행매매 이슈로 주춤한 가운데, 초대형IB 중 유일하게 IMA 인가 절차에조차 나서지 않은 KB증권에도 시선이 모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1호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로 지정될 전망이다. 이르면 19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역시 IMA 인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IMA는 8조원 이상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허용되는 제도이며,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하는 대신 고객예탁금의 70% 이상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발행어음과 합산해 자기자본의 최대 300%까지 조달이 가능해 초대형 IB의 자금 운용력이 대폭 확대된다.

      초대형 IB 네 곳(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 가운데 세 곳이 IMA 도입에 나서는 상황에서, KB증권만 도전장을 내지 않고 있는 점은 특기할만한 요인이다.

      경쟁사들이 추가 조달 여력을 확보하면 기업금융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지만, 지주 차원에서 회의적인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KB증권은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이 6조7247억원으로 IMA 요건인 8조원에 미달해 모회사의 자본 확충이 필수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은행과의 영역 충돌이 언급된다. IMA는 ‘원금보장’과 ‘실적배당’을 한 상품에 담은 구조로, 증권사가 수탁금의 원금을 책임지는 동시에 운용 성과가 나면 이를 고객과 나눠야 한다.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도 원금이 보장되기 때문에, 은행의 고액자산가 자금이 증권사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른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ㆍ자기시장 잠식)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IMA라는 상품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우려도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위험은 증권사가 떠안고, 성과는 고객과 나눠야 하는 구조라 리스크 대비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공통된 판단이다. IMA 도입을 추진하는 증권사 내부에서도 “수익성이 낮아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여전히 적지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여러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수익성이 뛰어난 사업은 아니다.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큰 구조”라며 “성과가 좋아도 고객과 나눠야 하다 보니 증권사가 가져가는 몫이 작다. 초대형 IB가 되기 전에는 발행어음으로 꽤 높은 마진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자기자본이 8조원을 넘어서면서 생긴 IMA는 그런 수준의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발행어음과 IMA의 마진 격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업계가 추정하는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마진은 150~200bp 수준이다. 고정 이율만 보장하면 되기 때문에 투자 수익률이 높아질수록 증권사에 돌아가는 몫이 커지는 구조다. 반면 IMA의 마진은 수십 bp(bp=0.01%)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IMA 도입이 오히려 기존 발행어음 고객 이탈을 불러와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발행어음은 조달만 이뤄지면 수익성이 높은 상품인데, 이를 보유하던 안정 성향의 고객이 IMA로 이동하면 증권사가 얻는 마진 폭이 즉시 줄어든다. 내부적으로도 “발행어음 대비 수익성이 낮은 IMA가 기존 고객을 잠식할 수 있다”는 카니발라이제이션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 한도가 충분하다면 굳이 IMA를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발행어음의 마진이 훨씬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증권사 입장에서는 원금 보장에 따른 리스크 부담이 크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운용 성과가 부진해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증권사 자기자본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발행어음과 달리 IMA는 수익성이 제한적이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적극적으로 키울 만한 사업이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이렇다보니 IMA를 추진하는 증권사들은 나름의 '전략적 판단'을 내부 설득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발행어음 한도가 거의 소진된 상황이다. IMA로 추가 조달 여력을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다. 연금시장의 강자인 미래에셋증권은 은행권에 머물던 안정적 성향의 자금을 증권업권으로 끌어오겠다는 목표가 뚜렷하다. 다만 발행어음 한도가 아직 충분해 IMA 판매에 '무리'는 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IMA는 ‘도입하면 나쁠 건 없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도 아닌’ 미묘한 성격의 상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객 기반 다변화와 신규 자금 확보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수익성과 리스크를 감안하면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인 까닭이다.

      지주 전략, 발행어음 조달 여력, 각 사의 수익성 판단이 맞물리면서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어떤 판단이 옳았는지는 향후 실적과 시장 환경이 가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 한도가 부족하거나 공격적으로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증권사는 IMA 도입에 나서고, 리스크와 카니발라이제이션을 우려하는 곳은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며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 각사마다 셈법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