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6공장 수주전, 결국 집안 싸움?…삼성물산 vs 삼성E&A 격돌 전망
입력 2025.11.18 07:00
    삼성E&A 몰아주던 관례 깨고 경쟁 입찰 통보
    초대형 고객사 삼성바이오, 물산 vs E&A 경쟁 본격화
    2027년 7월까지 건축승인 받아야…기한내 준공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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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제6공장 수주전에서 그룹의 대표 건설사 삼성물산과 삼성E&A가 격돌할 전망이다. 이제까지 1공장을 제외한 삼성바이오의 2~5공장은 모두 삼성E&A가 도맡아 시공했는데, 올해부터 삼성바이오는 경쟁입찰을 진행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시공사와 계약하겠단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최근 삼성물산과 삼성E&A에 6공장 건립을 진행할 시공사 선정을 위해 경쟁 입찰을 진행할 계획을 전달했다. 삼성바이오는 올해 4월 제5공장을 완공해 가동했는데, 추가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6~8공장까지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이르면 올해 내로 이사회를 열어 6공장 건립을 최종 확정하고 본격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의 6공장 투자는 늦어도 올해 중순 구체적인 로드맵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관세 이슈가 부각하며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대미(對美) 투자와 국내 설비 확충 등을 두고 내부적으로 향후 전략에 대해 숙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까지의 관례에 따라 6공장 시공사 수주는 삼성E&A가 따낼 것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삼성E&A 내부적으론 수주를 위한 제반 사항을 심도있게 검토해 왔는데, 계열회사가 입찰에 참여하게 되면서 수주의 향방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수주전에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핵심 생산설비 시공 이력을, 삼성E&A는 삼성바이오에 공장에 특화해 이제까지 시공을 맡아온 점을 강하게 어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가 시공사 선정을 빠르게 진행한다 하더라도 기한 내 준공이 가능할진 미지수란 지적이 나온다. 회사는 지난 2022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로부터 제2캠퍼스 부지 인수 계약(약 4260억원)을 맺었는데, 계약조건에 따라 2027년 7월까지 정부로부터 6공장에 대한 건축물 사용 승인을 받아야한다. 대규모 공장 건립에 일반적으로 2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듯한 일정이다. 계약기간 내에 정부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원상복구 명령을 비롯한 패널티를 부과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 부과, 수주 물량 확보 등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6공장 건립이 다소 늦어지게 됐다"며 "최대한 빠르게 착공에 돌입한다 해도 기한 내 준공을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삼성그룹 내 제조 계열사들에는 보이지 않는 관행이 존재해왔다. 계열사 발주 물량이 넘치던 시절만해도 삼성물산과 삼성E&A(舊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주 경쟁은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최근 몇 년간 전자 계열사의 발주물량이 크게 줄며 양질의 수주를 확보하기 위해 각종 사업장에서 양사가 맞붙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갑작스레 삼성물산과 경쟁하게 될 상황에 놓인 삼성E&A는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물산의 경우 최근 실적이 고공행진하는 삼성전자향(向) 공사가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삼성E&A는 수주 감소와 더불어 실적이 주춤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E&A의 3분기 누적 수주(4조878억원)는 지난해 같은 기간(11조5095억원)에 비해 60% 이상 줄었고, 영업이익은 약 24%, 이익률은 0.9%포인트 감소했다.

      삼성물산과 삼성E&A 등 어떤 계열사가 우위에 서있는지를 차치하고 양사의 경쟁이 심화해 제살깎기 수주전이 펼쳐지면 수익성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단 평가도 있다. 사업 수주를 비롯한 계열회사들의 사업 전반을 조율하는 것은 EPC경쟁력제고TF의 역할이지만, 삼성그룹이 컨트롤타워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는 현시점에선 EPC TF가 존립 여부도 불투명하단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