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아닌 진짜 먹거리?…'AI 인프라'와 '피지컬 AI'로 몰리는 증권사
입력 2025.11.18 07:00
    "단기 조정일 뿐"…실증 가능한 AI 인프라·피지컬 AI 중심으로 투자업계 주목 '여전'
    올거나이즈·노타·니어스랩·딥엑스 등 인프라·물리 기반 AI 기업 상장·실사 속도 가속
    업계 "반도체·전력·데이터 인프라 수요 견조…내년 IPO 핵심축은 AI 인프라·피지컬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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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글로벌 AI 업종이 '팔란티어發 고평가' 우려로 조정을 받았지만, 산업 현장에서 실제 작동 가능한 피지컬 AI 등 산업형 AI와 이를 뒷받침하는 AI 인프라 기업에 대한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들이 자본시장을 두드리는 일이 잦아지며, 국내 증권사 기업공개(IPO) 부서 및 벤처캐피탈(VC)은 AI 관련 영업조직을 확장하고 있다. 실제 수요 기반이 분명하고 기술 실증이 가능한 기업군이 꾸준히 늘고 있어, 당분간 핵심 먹거리가 될 거란 판단이 섰을 거란 분석이다.

      14일 증권가에 따르면 산업형AI 관련 벤처기업 마키나락스는 이르면 이달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마키나락스는 산업·제조업 기반 AI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A·A 등급을 받았다. 상장 주관은 미래에셋증권이 맡고 있다.

      기업용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올거나이즈는 일본 도쿄거래소 상장을 준비 중이다. 내부 문서 기반 RAG 기술과 기업용 AI 수요 확대가 시장에서 주목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달 상장 직후 5거래일 만에 500% 넘게 급등한 AI 최적·경량화 기업 노타AI도 대표적인 AI 인프라 기업 사례로 언급된다.

      AI 인프라와 함께 피지컬 AI 역시 차기 유력 테마로 꼽힌다. 로봇·드론·자율주행·산업 자동화 등 물리 기반 기술은 진입장벽이 높고 실증·매출 전환 가능성이 비교적 뚜렷해 투자업계의 관심이 높은 분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에서는 기술특례상장을 준비 중인 니어스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니어스랩은 산업용 드론에서 출발해 자율비행·방산용 드론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국내외에서 국방 분야 실증을 진행 중이다. 현재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피지컬 AI 확산 과정에서는 초저전력·고효율 AI 반도체도 필수 요소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산업 현장 기반 AI 기술 기업으로 선정된 딥엑스가 대표적 사례로 언급된다. 공장·산업설비 등 전력 제약 환경에서 적용 가능한 저전력 연산 구조가 경쟁력 있다는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산업형 AI는 공정 자동화·결함 예측 등 적용 영역이 구체적이어서 시장 조정기에도 밸류에이션 변동폭이 제한적이라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 ECM 조직들도 AI 인프라 기업 실사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생성형 AI는 성숙도 편차가 크고 변동성이 높은 반면, 인프라 기업은 데이터·서버·전력 등 산업 전반에 고정 수요가 존재해 리스크 판단이 상대적으로 명확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실무자도 "AI 기술이라고 모두 동일하게 평가받는 것이 아니며,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IPO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탈(VC) 투자 흐름도 같은 방향이다. 올해 3분기 AI·딥테크·블록체인 투자 건수는 55건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다. AI 반도체·데이터센터·산업 자동화 등 인프라 기업이 VC 업계의 공통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 VC 고위 관계자는 "AI 수요 확대 속도가 빠른 만큼 관련 인프라와 피지컬 AI는 산업 전반과 연결돼 확장성이 넓다"고 평가했다.

      AI 기업에 대한 투자 속도가 여전한 배경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진단도 영향을 미쳤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AI 피크아웃 우려와 달리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지속적으로 상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HBM·파운드리·전력 인프라 등 핵심 분야의 구조적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으며, AI는 도입 4년 차로 "S커브 초입 단계"라는 평가다. 내년까지 AI 매출이 연간 50~60%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국내 증권사도 비슷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AI 쏠림은 공급 부족이 유발한 산업 재편기 현상에 가깝다"며 "반도체·전력기기 중심의 AI 수요는 구조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송전·배전 물가와 통신장비·컴퓨터 가격 상승세도 그 근거로 제시됐다. 실제로 AI 수요가 허상이었다면 관련 장비 가격이 동반 상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국내 주요 증권사 다수가 내년 IPO 시장 중심축이 산업형·피지컬 AI 등을 중심으로 한 AI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ECM 관계자는 "AI 버블 논란이 반복돼도 실제 수요는 반도체·전력·데이터 인프라 중심으로 꾸준하다"며 "공급망 병목이 해소되기 전까지 산업형 AI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일정 수준 방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AI는 이벤트형 테마가 아니라 생산성·보안·효율 등 거의 모든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이미 주류 산업으로 편입된 만큼 상장시장에서도 핵심 업종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