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국내 투자 보따리…산업용 가스업체 가치도 꿈틀
입력 2025.11.19 07:00
    삼성 P5 공사 재개, SK는 용인 클러스터에 600조
    반도체 수퍼사이클에 산업용 가스업체에도 훈풍
    2023~2025년 투자 자산들 가치 계속 높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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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국내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산업용 가스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산업용 가스에 투자한 국내외 투자사들은 반도체 수퍼사이클 국면에서 쾌재를 부르게 됐다.

      지난 16일 삼성그룹은 향후 5년간 국내에 연구개발(R&D) 포함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최근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고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P5)의 골조 공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초 공사를 중단한 지 약 2년 만이다.

      삼성전자의 평택사업장은 당초 반도체와 바이오 사업을 절반씩 운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과거 반도체 호황기를 거치며 모두 삼성전자가 활용하기로 했고, 4공장 이후의 계획도 윤곽을 드러냈다.

      P5 공정 역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삼성전자는 작년 초 사업을 중단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졌고 반도체 칩 수요도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이후엔 SK하이닉스와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도 밀렸다.

      이런 흐름은 올해 상반기까지도 이어졌는데 최근 수개월 새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이 일어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속도 조절의 필요성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공급자 우위의 호황이 향후 2~3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삼성전자는 이런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P5 사업을 다시 본격화했다. 이달 초 협력 업체들을 대상으로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P5에 반도체용 가스를 공급하기로 내정됐었던 린데코리아와 에어프로덕츠코리아가 반색할 만한 상황이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작년 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다. P5 공정이 멈추면서 몸값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매각이 중단됐다.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이 시작된 만큼 M&A 추진 전보다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진행 중인 P4 공정 역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정에 참여하는 주요 협력사에 공기를 앞당길 수 있느냐며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P4의 가스 공급자인 에어퍼스트의 몸값도 더 빨리 가파르게 올라갈 전망이다.

      IMM PE는 2019년 에어퍼스트를 인수했고, 2023년 에어퍼스트 지분 30%를 블랙록자산운용에 매각했다. 이후 반도체 경기가 부진하며 블랙록이 무리한 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지만, 금세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모습이다. 에어퍼스트를 인수하려는 잠재 원매자의 문의가 이어지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이런 분위기는 SK하이닉스도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보다 먼저 HBM 시장을 선도했고, 앞으로도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트에만 향후 600조원 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은 2022년 SK에어플러스의 이천 M16 가스공급사업에 이어 올해 M15 공장 향 산업가스·탄소사업부를 인수했다. 한앤컴퍼니는 올해 SK스페셜티를 인수했다. AI붐이 일기 직전이라 투자 시점이 절묘했다. 에어리퀴드도 올해 DIG에어가스를 사들였다. DIG에어가스는 반도체향 매출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요 인프라 설비는 제한된 곳에만 둘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가치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예전엔 몸값이 과도하다 여겨졌던 자산들도 앞으로는 그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화학은 작년 스틱인베스트먼트-IMM PE 컨소시엄과 특수가스 사업부(효성네오켐) 매각 협상을 진행했다.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삼성전자의 부진 여파로 거래가 무산됐고, 효성티앤씨가 이를 대신 받아갔다. 당시엔 궁여지책이란 평가가 있었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전화위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