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간판 뗀 사업지원실은 삼성바이오 투자 행보에 득일까 실일까
입력 2025.11.19 07:00
    취재노트
    삼성 바이오 계열사 분할 이후 추가 투자 필요
    로직스는 공장 증설, 에피스는 R&D 투자 절실
    인사·감사에 M&A도…기능 추가된 사업지원실
    삼성 성공적 신수종 사업된 바이오에 도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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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그룹의 핵심역량이 삼성전자 산하 '사업지원실'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임시조직이던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를 상시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격상한 데 이어, 인수합병(M&A)이나 투자 검토 등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에 관여할 만한 인력들을 사업지원실에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사업지원TF가 그동안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지원실은 비슷한 수준의, 또는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할 공산이 크다. 이재용 회장의 치적으로 여겨지는 바이오 계열사가 한 걸음 더 성장하는 데도 사업지원실이 어떤 역할을 할지 이목이 쏠린다.

      바이오 사업은 이 회장이 오랜 기간 '제2의 반도체'로 꼽아온 분야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각각 바이오의약품 제조생산과 연구개발(R&D)을 맡고 있다. 당초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래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소속돼 있었지만, 제조생산과 R&D라는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 올해 분할을 결정했다.

      이들 기업은 당초 분할 명분으로 '본업' 강화를 내걸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R&D 업체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떼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 고객 확대에 집중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본격적으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기술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그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객 확보와 매출 성장을 모두 달성하려면 몇몇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천 송도에 건설한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확장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5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오는 2032년까지 3개 공장을 더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공장 증설을 위해선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자체도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기업 인수나 신규 사업 추진도 또 다른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어느 정도 사업을 궤도에 올렸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본업에 붙여 수주 기회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을 평가하는 오가노이드 서비스를 새롭게 추진하거나, 항체약물접합체(ADC)로 제조생산 역량을 확장하는 등 사업 분야를 넓히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유망 분야에 미리 진출해 수주 고객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로부터 분리된 삼성바이오에피스 또한 그룹 차원의 투자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약 개발을 통해 그룹의 미래 사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으로 개발 역량이 뛰어나도 제품력, 사업성 등에 따라 자칫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 사업은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와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점은 리스크 테이킹이 필요한 바이오 분야에 대해 총수의 빠른 결단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업지원실에 핵심 인력이 결집된 점도 이런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사업지원실이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면 총수를 보필하는 과거의 미래전략실의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 계열사의 성장을 확대하는 데 사업지원실도 이재용 회장 곁에서 신규 투자와 기업 인수 등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이 바이오 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은 삼성그룹이 바이오 계열사로의 추가적인 투자를 공격적으로 집행할 가능성을 높인다. 미래사업기획단은 과거 신사업추진단과 유사한 성격의 조직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을 맡은 고한승 단장 주도로 삼성그룹의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고한승 단장은 바이오 '외길'로 불릴 만큼 바이오 전문가로, 미래사업기획단 역시 바이오와 연관된 헬스케어 분야에서 신사업을 발굴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한 삼성물산,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최근 헬스케어 투자를 늘리는 점도 바이오·헬스케어가 삼성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실제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추진하지 못한 거래를 로보틱스, 헬스케어 등에서 살펴보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몸집을 불린 만큼 바이오 분야의 거래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를 주도하는 인물은 안중현 사장, 임병일 부사장 등 그룹 내 M&A 전문가가 거론된다.

      안중현 사장, 임병일 부사장은 이번 조직 개편 과정에서 사업지원실 산하 M&A팀에 합류했다. 사업지원실은 M&A팀 외 전략팀, 경영진단팀(감사팀), 피플팀(인사팀)으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사업지원실에 그룹의 역량이 결집되고 있어, 바이오 혹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규모 있는 거래가 성사될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사업지원실로 바이오 사업의 의사결정 중심이 넘어간다면 바이오 계열사가 제대로 된 성장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사업지원TF는 '사업지연TF'로도 불렸을 만큼 "왜곡된 의사결정 구조로 삼성그룹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업지원실 내 인물 변화가 사실상 재무통 순환인사라는 점도 이런 우려를 부추긴다.

      사업지원실의 지원이 자칫 다른 계열사에 대한 개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경영 정보가 유출되며 사업지원TF가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운영 상황 등을 보고받은 정황이 드러나며 인사 개입 논란도 이는 상황이다. 사업지원실의 개입 정도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주주권리를 강조하는 주주들의 불만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