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과 멀어진 신한금융, 내년 사업 롤모델은 'SK하이닉스'
입력 2025.11.20 07:00
    내년 초 2박 3일 일정 경영진 포럼
    SK하이닉스 관련 주제 도서 선정
    '믿음'으로 공동 이익 극대화 추구
    2위 밀린 신한금융 상황과 오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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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일찌감치 내년 준비에 들어갔다. 회장 선정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내년 초 진행하는 리더십 포럼도 윤곽을 드러냈다. 1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한 SK하이닉스의 성공 모델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내년의 중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달 주요 경영진과 임원진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포럼 계획을 전달했다. 포럼은 내년 1월 초 용인시 신한은행 블루캠퍼스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예년엔 하루 일정의 행사였지만 올해 1박 2일로 진행했고, 내년엔 하루를 더 늘리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매년 포럼의 주제가 될 책을 계열사 임직원에 배포해 왔다. 올해의 도서는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의 '의무론'과 론 카루치의 '정직한 조직'이었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윤리의식을 고취시키겠다는 진옥동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내년 포럼 주제 도서는 '신뢰 게임(반도체 시장을 뒤흔든 하이닉스 경쟁력의 비밀)'이다. 지난 추석 명절 전 임직원에 배포했다.

      이 책은 SK하이닉스가 SK그룹에 인수된 후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 10년 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만년 2등 기업이었다가 글로벌 큰 손들의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에 '신뢰 게임'이 있다고 봤다. 구성원의 믿음과 협력을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전체의 이익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격차가 까마득한 2위 기업이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전자가 미온적으로 봤던 HBM(고대역폭메모리)에 힘을 실었고, 이후 인공지능(AI)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며 막대한 과실을 거두기 시작했다.

      한 신한금융 계열사 임원은 이번 도서 선정 배경에 대해 "SK하이닉스의 실행력을 배우라는 취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신한금융의 상황에 비춰볼 만한 부분도 있다.

      신한금융은 과거 KB금융그룹과 리딩뱅크 싸움을 치열하게 벌였지만 지금은 경쟁 구도가 약화했다. 진옥동 회장이 확장보다 내실에 집중한 영향이기도 하지만 격차가 너무 커졌다. 그룹 순이익 규모에서 밀리고 있고, 시가총액은 10조원 이상으로 거리가 훌쩍 벌어져 라이벌로 칭하기 무색해졌다.

      신한금융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정부 주도 성장산업 지원 사업에 힘을 보태야 하고, 보이지 않게 쌓여가는 부실률을 관리해야 한다. 신한카드, 신한캐피탈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회장 선임 후 진행될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누가 그룹의 '신뢰'를 얻을지 시선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