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차기 회장 후보에 카드·라이프 대신 증권 사장 오른 이유는?
입력 2025.11.21 07:00
    비은행 계열사 중 이선훈 증권 사장 ‘깜짝 포함’
    카드·생보 CEO 변수가 후보군 재편 불렀나
    자본시장 역할 커지는 가운데 이 사장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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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한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군이 4명으로 압축되면서,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사장이 포함된 배경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룹 내 비은행 주력사인 신한카드와 신한라이프 대신 증권 CEO가 후보군에 오른 것을 두고 다소 의외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이 사장은 취임한 지 1년 남짓으로 경영 경력이 길지 않은 편이어서, 이번 인선이 어떤 맥락에서 이뤄졌는지에 대한 해석에 시선이 쏠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회장 숏리스트로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사장, 정상혁 부사장, 진옥동 회장과 외부 인사 1명을 확정했다. 회추위는 지난 9월 이후 내부·외부 후보군을 검토해왔으며, 오는 12월 4일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하는 확대 회추위를 열어 최종 후보 1명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번 인선에서 눈에 띄는 점은 기존 비은행 주력사인 신한카드·신한라이프에서 후보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계열사별 상황 변화가 이번 결정에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먼저 신한카드의 경우 조직 재정비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박창훈 사장은 지난해 말 본부장(상무급)에서 곧바로 사장으로 승진했는데, 당시 이 파격 인사는 체질 개선을 위한 승진이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을 개선하기 위해 인건비를 줄일 필요가 있었고, 실제로 올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여전히 전년 대비 부진한 성적표를 받고 있는 가운데 그룹 차원의 승계 레이스에 참여하기에 경영 경험 자체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옥동 회장 취임 이후 신한카드의 사장을 내부 발탁하는 기조가 정착하며, '차기 회장 후보자' 측면에서의 위상이 이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한은행 다음으로 자산 규모가 큰 신한라이프는 실적 측면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하는 등 비은행 주력 계열사로서의 입지는 탄탄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CEO를 둘러싼 내부 이슈가 결정적 변수로 떠올랐다는 지적이다. 현재 해당 이슈는 완전히 정리가 된 상황이지만, 이영종 대표의 리더십은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3연임 얘기가 나왔으나, 현재는 조용해진 상황이다. 현재 이 대표는 이번 임기를 끝으로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조직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은행을 제외한 자산 규모 1위, 2위 비은행 계열사에서 후보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회장 후보군의 폭이 제한됐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신한금융 회장 숏리스트에는 조용병 전 회장, 진옥동 회장, 임영진 전 신한카드 사장, 허영택 전 경영관리부문장 등이 이름을 올렸지만, 당시에도 증권 CEO는 거론되지 않았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비은행 계열사 중 자산 규모 3위인 신한투자증권의 이선훈 사장이 후보군에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사장은 취임한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데다 과거 독일 헤리티지·라임 펀드 사태와의 연관성 문제도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시장에서는 여전히 '의외의 발탁' 혹은 '들러리'라는 반응도 나온다.

      진옥동 회장 체제 출범 이후 세대교체에 집중하며 '차기 CEO군 육성'에 소홀했던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신한금융은 2023년 연말 인사에서 지주 부사장급 임원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고, 이어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는 임기 만료가 도래한 13개 계열사 대표이사 중 9명을 대폭 교체했다. 차기 CEO 후보군인 지주 부문장들은 이제 임기 2년차고, 진 회장이 발탁한 계열사 CEO들은 대부분 이제 1년차 임기를 지나고 있다.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할만한 인사 자체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은행 자산순위 4위인 신한캐피탈 역시 전필환 대표가 부실 정리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고, 조용병 전 회장을 배출한 신한자산운용의 조재민 대표는 외부 출신이다”라며 “사실상 회장 아래 2인자 자리였던 최고경영관리부문장(CMO) 자리가 사라지며, 지주 임원이 회장 후보에 올라가기도 애매해진 상황이다보니 이선훈 사장까지 순번이 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