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관심 많지만 거래 난이도 높아
사업 초창기라 미래 실적 추정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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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스와 SK케미칼이 추진하고 있는 울산GPS와 SK멀티유틸리티 소수지분 매각이 연말 투자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거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인프라성 자산에 잠재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사업 초기라 향후 실적을 추정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단순 구주매출 거래로 SK그룹으로부터 후한 투자금 회수 조건을 얻어내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 요소로 꼽힌다.
SK가스와 SK케미칼은 21일 울산GPS와 SK멀티유틸리티 소수지분 패키지 매각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각각 최대 49%까지 비경영권 지분을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삼일회계법인이 매각을 돕고 있다.
울산GPS와 SK멀티유틸리티는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안에 있는 발전사업자다. 두 기업의 가치는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거래 규모도 수천억원, 많게는 조단위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연말 투자 시장이 잠잠해지는 가운데 진행되는 대형 거래에 국내외 인프라 전문 투자회사와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자금을 대려는 금융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연말 투자 시장이 잠잠한 가운데 나온 대형 인프라 거래다 보니 시장의 관심이 많다"며 "인수금융 주선사들도 대부분 이 거래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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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올해 나래·여주에너지서비스, 보령LNG터미널 등 에너지·인프라 성격의 거래를 많이 했다. 이번 거래는 이전과 비슷한 성격이면서도 다른 면도 많다.
나래·여주에너지의 경우 우선주를 발행하는 자본확충 거래였지만 이번엔 단순한 구주 매각 방식이다. 거래 구조를 짜고 회수 보장 조건을 논의하는 데 있어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SK그룹은 수익률을 보장해주고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는 데 보수적이다.
울산GPS와 SK멀티유틸리티는 PF 관련 장기차입금이 많이 쌓여 있다. 사업이 잘 되더라도 이 자금을 분할해서 갚아나가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보장 조건이 박하다면 배당에 기대야 하는데 배당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 사업성을 추정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래·여주에너지, 보령LNG터미널은 본격 가동 후 수년이 지났던 터라 어느 정도 실적 예측이 가능했다. 그러나 울산GPS는 작년 말 상업운전에 들어갔고, SK멀티유틸리티는 이제 시운전 단계다. 3년 이상의 실적이 없으니 인수금융을 얼마나 일으킬 수 있을지 모호하다.
울산GPS는 가동 후 실적을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1년 만으론 장기 실적을 추론하기 아쉽다. SK멀티유틸리티는 SK그룹의 울산 AI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인데, 그룹 재무 사정상 적기에 공사가 이뤄질지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초반 실적과 배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정이 이러니 매도자가 다소 거래를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SK가스와 SK케미칼 모두 사업 환경이 썩 좋진 않지만, SK온과 같이 대대적인 자본 투입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후에 매각하는 편이 더 효율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잠재 투자사 관계자는 "구주 매출 방식이라 투자 구조를 유연하게 짜기 어려운 자산"이라며 "두 회사 모두 이제 사업 초기고 데이터센터향 매출이 언제 발생할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미래 실적을 추정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