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 제출한 KB·NH·한투·신한證, 주선사 자리 두고 물밑 경쟁
“리파이낸싱도 없다”…내년 딜 가뭄 속 ‘일감 확보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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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내년 인수금융 시장의 포문을 열 대형 거래로 ‘더존비즈온 매각’이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EQT가 더존비즈온 경영권 인수를 확정한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이 인수금융 주선 기회를 잡기 위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내년 거래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 속에 ‘첫 일감 확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평가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EQT는 더존비즈온 인수대금 약 1조3000억원 중 절반가량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로부터 LOC(인수확약서)를 제출받았다. 현재는 각 제안서를 토대로 최종 주선사 선정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QT는 최근 더존비즈온 최대주주 김용우 회장 보유 지분 23.2%와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지분 14.4%를 인수하는 SPA를 체결했다. 주당 인수가는 약 12만원으로 전일 종가 대비 28%의 프리미엄이 붙었으며, 최종 지분율은 자기주식 제외 기준 37.6%다.
시장에서는 더존비즈온의 기업가치를 3조원 후반대로 평가하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됐던 공개매수는 현재 시점에서 추진하지 않기로 했으며, 거래는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및 산업부 인허가 등을 거쳐 내년 종결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EQT와 얽힌 ‘관계’가 향후 인수금융 주선사 선정의 가늠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초기 단계에서 EQT와 공개매수 가능성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EQT가 잔여 지분 확보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나온 논의였다. 다만 해당 계획이 시장에 퍼지면서 주가가 상승하자 공개매수 단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부담이 커졌고, 이 때문에 EQT가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EQT가 인수한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가 애큐온캐피탈·애큐온저축은행을 인수할 당시 인수금융 주선사로 참여한 바 있다. 더존비즈온 인수를 주도한 연다예 EQT 한국대표는 베어링PEA 출신으로, 두 하우스의 통합 이후 EQT의 한국 PE 부문을 이끌고 있다. 베어링PEA와 한국투자증권 간의 협업 경험이 이번 거래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더존비즈온과의 인연이 깊다. 2019년 더존비즈온이 을지타워를 약 4500억원에 매입할 당시 FI(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또 작년에는 베인캐피탈 보유 지분의 투자금 상환 시기가 도래하자, 신한금융그룹이 ‘우군’ 역할을 하며 블록딜 방식으로 해당 지분을 인수했다. 이 같은 배경을 고려할 때 신한투자증권도 이번 인수금융 주선 경쟁에서 거론되는 후보 중 하나로 분류된다.
이번 거래의 핵심 변수는 EQT의 자금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EQT의 BPEA 프라이빗에쿼티 펀드 IX에서 집행되는데, 펀드 규모를 감안하면 전액 에쿼티만으로도 거래를 종결할 수 있다는 점이 증권사들의 가장 큰 우려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 거래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는 만큼 인수금융 시장에서는 ‘내년 1호 빅딜’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체결된 거래지만 절차상 종결 시점이 내년 초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인수금융 주선사 선정이 연내에 마무리되면 1분기 내 기표될 전망이다. IB업계에서는 “연말 거래가 적어 내년 1분기 딜 가뭄이 예상되는 만큼 더존비즈온이 사실상 가장 유력한 첫 일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증권사 인수금융 담당자는 “거래 규모가 커서 거래가 확정되면, 내년 연초 신규 딜 소싱 부담을 덜 수 있다. 이에 업계가 사실상 이 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인수금융 시장은 리파이낸싱(차환) 거래가 절대 비중을 차지했다. 3분기 누적 기준 인수금융 모집·주선 금액 33조3178억원 중 63.7%가 리파이낸싱이었다. 금리 인하 기대감 속 조기 차환이 늘었다. 반면, 신규 인수·합병 거래는 비교적 적었다. 내년에는 리파이낸싱 수요마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증권사 간 주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