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서 엿보인 SK그룹 기조…올해 임원 인사도 '슬림화' 방점
입력 2025.11.21 07:00
    사장단 조기 인사 후 후속 임원 인사 진행
    첫타자 SKT, 임원 규모 줄이며 효율화 추구
    그룹 O/I 강조…他계열사도 SKT 뒤따를 듯
    사장단처럼 '신상필벌' 기조도 이어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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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 이어 후속 임원 인사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이 이례적으로 일찌감치 임원진 인사를 단행했는데 올해도 조직 슬림화, 효율화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뒤를 이을 다른 계열사들도 이 같은 기조를 따른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지난달 말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예년보다 인사를 한 달여 앞당겼다. 후속 임원 인사는 이달 말에서 내달 초 사이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조직개편 소식을 알렸다.

      지난 13일 SK텔레콤은 MNO(통신)와 AI 양대 CIC 중심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11명의 임원을 새로 선임했다. 이는 조직 효율화를 추구한 2025년 정기인사(3명 신규 선임)보다는 많지만 2023년(20명)과 2024년(16명)에 비하면 적다. 퇴직 임원이 많아 전체 임원 수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실질적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임원 규모를 강소화(强小化)했다고 밝혔다. 각 사업 기능별로 임원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지원·운영 조직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CR(대외협력)과 PR(홍보) 기능을 통합한 Comm센터가 신설됐고, Corporate센터엔 기존 CFO 역할에 전략 기능이 합쳐졌다.

      SK텔레콤은 국가 중요산업을 하고 일반 소비자와 접점이 많다. 대관, 대외홍보 업무의 중요성이 크고 임원 자리도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조기 축소 인사로 문이 일찍 닫혔고, 타 계열사에서 임원을 받아줄 여지도 줄었다. 일부 임원은 SK디스커버리 계열에서까지 자리를 찾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CEO 세미나에서 운영개선(O/I)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경영 내실을 다지고 사업 효율성을 높여야 AI 시대에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SK텔레콤이 인사 방향성을 보여준 만큼 다른 계열사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6년 SK그룹 사장단 인사 테마는 '현장 실무 경험' '연구개발 역량'이다. 후속 임원 인사도 그 결을 따를 전망이다. 그룹의 군살 빼기가 끝나지 않은 만큼 임원 규모는 또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계열사 파견 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도 최창원 의장의 의중에 따라 규모가 더 축소될 수 있다.

      사장단 인사에서 드러난 '신상필벌' 기조가 재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임원 인사를 앞둔 각 계열사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올해 내내 많은 임원들이 사업 성과를 내지 못할까 전전긍긍했는데, 사장단 인사 후에는 신임 사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불안과 안도가 교차하고 있다. 

      이미 일부에선 임원 인사를 둔 하마평이 돌거나 개별적인 인사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정부에서 과징금을 맞은 한 계열사의 담당 임원은 소형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따랐다. 사고가 났거나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일수록 삭풍이 불 가능성이 크다.

      올해 리밸런싱에서 성과를 낸 SK㈜와 중간지주사의 핵심 인사들은 대체로 중책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온 지원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도 진행 중인 사업조정 거래들이 많아 인력을 줄이기 쉽지 않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올해도 SK그룹 계열사 임원진이 대대적으로 바뀌거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리밸린싱 작업을 주도한 임원들은 소속이 바뀌더라도 맡은 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