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블 뒤 하한가…또다시 '단타 대회' 된 IPO 시장
입력 2025.11.24 07:00
    상장일 고점 찍고 급락…11월 공모주 변동성 폭발
    60%대 락업에 유통량 증발…초단기 수급이 주가 좌우
    당국의 변동폭 확대·락업 규제, "되레 가격발견 기능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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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공모주들이 상장일 급등 뒤 급락하는 흐름이 반복되면서 시장이 다시 '단타대회'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11월 들어 신규 상장이 촘촘하게 이어지고 대기성 자금까지 공모주로 몰리자, 가격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가치보다 수급과 외부 변수에 따라 가격이 출렁이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18일 상장한 더핑크퐁컴퍼니는 개장 직후 공모가 대비 50% 이상 뛰며 출발했지만 장 마감 무렵엔 대부분의 상승폭을 반납했다. 19일엔 오전 중 반짝 반등했다가 이후 10% 이상 급락하며 결국 주가가 공모가(3만8000원)를 하회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후에도 연일 하락세를 지속했다.

      14일 상장한 세나테크놀로지도 개장 직후 210% 넘게 급등했지만 하루 만에 공모가(5만6800원) 근처까지 하락하다 21일에는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11월에만 스팩을 제외하고 9곳이 상장에 나서면서, 개인투자자와 초단기 유동성이 전날 상장주에서 당일 상장주로 이동하는 전형적인 단기 수급 장세가 반복됐다는 설명이다.

      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하며 기존 테마주의 매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공모주는 전일 매물 부담도 없고 기준 가격도 약해 단기 자금이 가장 손쉽게 드나드는 시장이 됐다는 평가다. 상장 간격에 따라 단타성 수급이 한 종목으로 쏠리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노타는 상장 후 나흘 동안 새로운 공모주가 없어 단타세가 집중되며 이례적인 연속 상한가 흐름이 이어졌고, 이노테크 역시 뒤로 사흘간 상장 공백기가 생기며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반면 큐리오시스 이후부터는 매일 신규 상장이 이어지면서 전일 상장주에는 수급이 머무르지 않고 즉시 다음 종목으로 이동하는 패턴이 뚜렷해졌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본질가치가 아니라 유통물량·상장 일정·전날 미국 증시 등 외부 요인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은 이미 가격발견 기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 직후 주가가 어떤 흐름을 탈지 기업가치와 무관한 변수가 너무 많다"며 "당일 장 분위기, 신규 상장 간격 등 요인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니 상장 전 투자 판단이 거의 '운'에 좌우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장기투자자 유입과 시장 안정을 목표로 했던 제도가 오히려 공모주를 단타 유동성이 하루 단위로 순환하는 '투기장'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공모주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을 키운 근본 원인으로는 상장일 변동폭 확대와 기관 락업 강화라는 두 제도의 중첩 효과가 꼽힌다. 금융당국은 2023년 상장일 가격 변동폭을 공모가 대비 63~260%에서 60~400%까지 확대했다. 가격발견 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였으나, 실제로는 상장 직후 급등을 정당화하는 '따따블' 흐름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꾸준했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부터는 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락업) 규제가 강화됐다. 락업 비율 30%를 충족하지 못하면 주관사가 공모 물량의 1%를 직접 보유해야 하고 내년에는 의무비율이 40%로 상향된다. 거래소는 사실상 이보다 높은 비율을 요구하면서, 새로 상장하는 기업들의 기관 락업 비율은 60%대에 달하고 있다.

      시장에 실제로 풀리는 유통물량이 극히 제한되다 보니 초단기 자금이 조금만 몰려도 주가가 급등락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급등락의 근본 원인은 변동폭을 400%까지 열어둔 제도와 기관 락업 확대가 맞물린 데 있다"며 "락업 비율이 높을수록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물량이 크게 줄어 전날이나 다음날 어떤 기업이 상장하느냐 같은 변수만으로도 가격이 출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