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신임 대표 선임 후 합병 찬성 돌아설 거란 전망도
CJ ENM, 연결 회사에 웨이브 편입…"합병 9부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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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과 웨이브의 사업은 사실상 통합됐지만, 최종 합병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영섭 KT 대표가 사임을 밝힌 후 합병 논의가 더뎌지면서다. 새 대표가 선임되기 전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CJ ENM은 콘텐츠웨이브가 3분기부터 CJ ENM의 연결 종속회사 목록에 포함됐다고 17일 공시했다. CJ ENM은 "콘텐츠웨이브 이사회에 과반의 이사를 임명할 수 있는 권리에 의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어 연결 범위에 편입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티빙의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가 합병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KT 자회사인 KT스튜디오는 티빙 지분 13.54%를 보유하고 있다. 2023년 합병을 위한 MOU 체결 이후 논의가 2년 가까이 정체되고 있다. 공정위는 현행 요금제를 내년 12월 31일까지 유지하는 조건으로 지난 6월 양사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그동안 KT는 지상파 콘텐츠에 관한 독점력이 낮은 웨이브와 합병하는 게 티빙의 주주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은 지난 4월 'KT그룹 미디어토크' 행사에서 "KT 입장에서 티빙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닌 미디어 사업 전반에 걸쳐 강력한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해 맺은 전략적 투자 제휴"라며 "당시 사업적 협력에 대한 의지나 가치가 지금은 많이 훼손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티빙의 주주인 KT와 CJ ENM의 이해관계 충돌도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KT는 지난 2022년 KT의 OTT인 시즌(seezn)을 티빙에 넘기며 일정 수준의 고객을 유치하지 못할 경우 CJ에 보상하기로 했다. 모객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KT가 보상해야 할 금액은 1000억원 이상으로 거론된다. 이외에도 KT는 티빙과 경쟁사 웨이브와의 합병 조건에는 모객과 보상 조건이 없다는 점에 불만을 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의 신임 대표이사가 선임되기 전에는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의 가장 큰 과제는 'KT 고객 무단 소액 결제 사건 수습'이다. 올해 초까지 김 대표가 연임에 도전할 거란 전망이 나왔지만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 관리 및 대응 부실 문제에 책임론이 불거지며 김 대표는 차기 대표이사 공개모집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KT 신임 대표이사는 내년 3월 2026년도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된다. 현재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총 33명의 후보로 대표이사 후보군 구성을 완료한 상황이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대표이사 후보군을 대상으로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연내 최종 1인을 선정하고,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후 이사회는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KT 신임 대표이사 교체 후에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가 한층 원활해질 거란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김 대표 체제에서 합병 속도가 지체된 만큼, 새 대표 취임 시 협상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KT는 2002년 민영화에도 불구 정권 교체기마다 수장이 바뀌는 흐름을 반복해 왔다. 정부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는 문화정책 공약인 '5대 문화강국'을 실현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예산을 51조원 투입할 방침이다. K-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한류 확산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넷플릭스에 다 주는 바람에 우리는 약간만 건졌다"며 "OTT 같은 플랫폼도 나라가 나서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합병 조건부 승인을 현 정부의 정책적 드라이브로 보기도 한다"며 "새 KT 대표가 선임되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가 빨라질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