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변동성에 '안전'株 회귀...금융·유틸리티·金에 몰렸다
입력 2025.11.25 07:00
    이달 들어 금·유틸·은행 등 안전테마에 투자자 매수세 유입
    KRX 은행·소비재 '강세' 반면 반도체·IT '급락'…'안정' 쏠림 확산
    "연말까지 변동성 여전…안전·방어 투자 비중 유지 유효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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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증시에서 안전 자산·방어주로의 회귀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AI 등 고성장 종목의 조정폭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위험자산 비중을 축소하고 금융·유틸리티·금(金) 등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섹터로 방향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증시 주변 자금 흐름은 안전자산으로 향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관측됐다. 특히 금 투자 쏠림이 가장 두드러졌다. 

      금 현물 ETF는 이달 거의 모든 거래일에서 개인 순매수가 이어지며 대표적인 피난처 역할을 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 금현물' ETF는 최근 1개월 개인 순매수 규모가 2949억4900만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 금현물' ETF는 1025억7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시장 금 가격이 지난달 23만원 근처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개인 투자자 매수세가 오히려 확대된 것이다.

      유틸리티·배당·금융 ETF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200·미국 S&P500 등 방어적 성격의 주요 지수추종 ETF가 최근 1개월 개인 순매수 상위를 차지했고, KODEX 금융고배당TOP10·TIGER 은행 ETF 등 금융·배당 중심 상품에도 꾸준한 매수세가 몰렸다. 시장은 개인이 변동성이 낮고 안정성이 높은 상품에 비중을 실으며 위험자산 축소 전략을 명확히 취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KRX 섹터 지수 역시 안전 테마 강세를 확인시켜줬다. 시장 전반에 조정이 있었음에도 KRX 은행 지수는 +3.87%, KRX 경기소비재 +4.79%, KRX 필수소비재 +2.14%를 기록하며 초과수익률을 유지했다. KB금융 등 금융지주 주가는 3~4% 안팎 상승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금리·배당·생활필수품 중심의 방어 섹터가 변동성 국면에서도 강하게 버티는 모습이다. 

      반면 올해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던 대표 성장 업종들은 이달 들어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KRX 반도체 -10.31%, 에너지화학 -8.35%, 정보기술 -8.22%, 기계장비 -13.78% 등 고베타 성격의 지수 대부분이 급락하며 위험회피 흐름을 명확히 반영했다.

      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은 상태다. 24일 장중 코스피는 3900선에서 3800선까지 70포인트 이상 급등락하며 방향성을 잡지 못했다. 외국인·개인·기관의 수급도 장중 내내 뒤바뀌는 흐름을 보이며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와 선물을 합쳐 누적 10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최근에는 하루 매도 규모가 3조1000억원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매도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AI·반도체 핵심 종목에 집중되며 단기간 낙폭 확대를 초래했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넘어서고 공포·탐욕지수가 6포인트까지 하락해 202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매크로 환경도 위험회피 심리를 강화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안전주 쏠림'이 단순히 공포 심리에 따른 방어적 행동이 아니라, 연초 대비 급등한 시장이 정점을 통과하며 겪는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으로 보고 있다. 변동성이 진정되지 않는 한 방어주·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쉽게 줄어들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용 둔화와 잔존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연준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금·유틸리티·배당 상품 같은 헤지 자산의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의 매도세가 완전히 진정되기 전에는 반등 시마다 상단에 물량이 쌓이는 구조가 이어질 수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안전자산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코스피 조정 국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견도 일부 제기된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21일 기준 10.1배로 최근 10년 평균치(10.5배)를 밑도는 수준까지 내려오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PER은 평균보다 낮아졌지만 기업이익(EPS)은 상향되고 있어 펀더멘털 훼손은 제한적"이라며 "올해가 역대급 강세장이었던 만큼 12월 산타랠리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