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매자들 검토 나섰지만 걸림돌 산적
계약 기간 등 '美 프랜차이즈' 한계도
韓에서 해외 F&B 운영 난이도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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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가 매물로 나온 지 약 4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뚜렷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영업권 계약기간 등 구조적 리스크가 인수 의사결정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면서다.
여러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며 검토에 나섰지만, 국내에서 해외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사업의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선뜻 투자까지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7월 삼일PwC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PEF 등 잠재 원매자를 대상으로 파이브가이즈 매각을 위한 투자안내서를 배포했다. 이후 식음료 기업(SI)과 PEF 운용사 등 일부 원매자들이 인수 검토에 나섰고, LOI(인수의향서)를 제출하는 등의 절차를 거친 것으로 전해진다.
원매자들이 LOI로 제시한 가격은 지난해 실적 기준 거래배수(EV/EBITDA) 약 5배가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일반적으로 외식·프랜차이즈(F&B) 사업의 멀티플은 10배 내외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국내 M&A 시장에서는 F&B 매물에 ‘5배도 높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이에 다수의 잠재 투자자들은 6~8배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구속력이 없는 단순 LOI 제출 단계여서 향후 진성 협상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파이브가이즈 운영사 에프지코리아(FG Korea Inc.)는 설립 첫 해인 2023년에 1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에는 매출 465억원·영업이익 3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현재 강남 1호점을 비롯해 고속터미널, 광교, 서울역, 압구정, 판교, 용산까지 총 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잠재 인수자들은 거래의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브랜드 영업권(프랜차이즈 권한)’ 구조를 꼽는다. 파이브가이즈는 한화갤러리아가 미국 본사로부터 국내 프랜차이즈 권한을 확보하고 운영법인을 설립한 구조다. 이때 체결된 영업권 계약 기간이 10년으로 제한돼 있어, 이후 계약 연장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아무리 영업권을 인수하더라도 브랜드는 본사에 종속되는 구조라는 점도 부담으로 거론된다. 미국 본사 기준에 맞춘 인테리어 등 출점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파이브가이즈의 경우 점포당 인테리어 비용이 2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프랜차이즈 구조인 만큼 미국 본사에 브랜드 사용료(로열티)를 지속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에프지코리아는 지난해 약 43억원을 ‘지급수수료’로 지출했으며, 이는 매출의 9.2%에 해당한다. 이 항목에는 미국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통상 해외 프랜차이즈 로열티가 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매각 측은 일본 파이브가이즈 영업권 확보를 위해 본사와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현재 에프지코리아 측은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본사와 MOU를 맺고 준비 단계에 있다고 알려졌다. 다만 아직 ‘확정’ 단계가 아니어서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사업이 부진한 것은 아니지만, 영업권 계약 자체가 기간 한정이 있는만큼 향후 미국 본사가 국내 매장의 ‘직접 운영’을 검토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여러 요소를 고려했을 때 매각자와 인수자 모두를 만족할 조건을 찾기 쉽지 않은 거래”라고 말했다.
파이브가이즈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미래비전총괄)이 기획 단계부터 계약 체결까지 주도한 사실상 첫 신사업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흑자전환했으나, 모회사 및 계열사의 자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부담 속에 론칭 2년 만에 매물로 나왔다.
김 부사장이 주도했던 사업들이 단기간에 ‘정리’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내부에서도 피로감이 적지 않다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파이브가이즈 매각이 무산될 경우 계열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이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업계에서는 파이브가이즈 사례만 봐도, 해외 프랜차이즈를 국내로 들여와 운영하는 작업의 난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초기 투자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 최소 수백억원의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열티 부담과 출점 비용을 고려하면 한화와 같은 대기업이 추진하더라도 자금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