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매력 높아진 CBD…한양재단, 프레지던트호텔 가격 높여 재매각 추진
입력 2025.11.25 07:00
    한양재단, 부동산 및 지분 포함 패키지딜로 매각 재개
    최대 3700억, 초기보다 30% 이상 인상된 매각가 책정
    CBD 4성급 호텔, 높은 OCC와 ADR로 투자자 관심 쏠려
    잠재 거래 대상인 글래드·로얄호텔 등도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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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서울 도심 중심부 4성급 호텔인 '프레지던트호텔'이 최근 매각 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한양재단이 매각을 재개하면서 책정한 매각가는 최대 3700억원으로, 이전 제안서 대비 10% 이상 오른 수준이다. 시장에선 국내 호텔 시장 회복과 중심업무지구(CBD)내 호텔 공급 부족으로 매도자 측이 고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양대학교를 운영하는 한양학원그룹(이하 한양재단)은 최근 프레지던트호텔 매각을 위한 투자제안서(IM)를 다시 배포했다. 매도자 측이 제안한 거래 규모는 약 3400억~3700억원, 매각 대상은 호텔 건물과, 한양재단 산하의 부동산 개발회사(HYD) 지분을 포함한 '패키지딜'로 알려졌다. 단순한 부동산 매각을 넘어 한양그룹의 전반적인 재무 구조와 지분 관계를 정리하려는 전략적 거래로 해석된다.

      일부 국내 운용사와 전략적투자자(SI)들은 IM을 통해 호텔 운영 실적, 객실 점유율(OCC), 평균 객실 가격(ADR) 등 핵심 지표를 확인하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CBD 중심 호텔은 신규 공급이 많지 않아 투자 매력이 크다"며 "특히 서울 도심에서 바로 영업 가능한 호텔은 흔치 않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지던트호텔은 지난 2024년 처음 시장에 나왔지만 당시 매수자와 가격 조건 협상이 좁혀지지 않아 거래가 중단됐다. 당시에는 호텔을 비롯해 계열사였던 한양증권의 지분까지 포함한 매각가가 약 28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올해부터 호텔 운영 실적이 안정세를 보이고 국내 호텔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양재단은 2025년 초 다시 매각을 추진했다. 이땐 호텔과 일부 계열사 지분을 포함한 패키지딜로 전환, 3200억원대 수준의 조건이 제시됐다.

      한양재단 측은 매각 과정과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초 매각 타진 이후로 5~6곳의 운용사와 전략적 투자자가 관심을 보이며 실사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레지던트호텔의 303실 규모와 위치적 이점 때문에 투자 회수 가능성이 높아 원매자들의 경쟁이 치열했던 영향이다. 

      한양재단이 프레지던트 호텔 매각을 반복적으로 추진하는 배경에는 재단 계열의 부동산PF 사업 부담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단의 건설·개발 계열사인 HYD한양은 다수의 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지만, 일부 사업에서 공사 지연·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확대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양재단은 재무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 계열사인 한양증권 경영권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과거에도 일부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프레지던트호텔과 한양증권 지분을 묶은 패키지 구조를 제시했지만, 가격 간극을 좁히지 못해 거래가 끝내 무산됐다. 이후 한양증권 지분은 KCGI 측에 매각되며 재단은 일정 부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호텔 매각 역시 HYD한양의 PF 부담 완화와 재단 유동성 보강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양재단 내부적으로는 백남관광 등 재단 산하 조직의 운영비용 증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최근 호텔 시장의 급격한 상승세가 겹치면서 연내 매각을 추진할 적기가 형성됐다. 객실 점유율과 평균 객실 가격 등 실적 지표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재단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호텔 시장 회복세는 객실 점유율과 평균 객실 가격 등 실적 지표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JLL코리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의 올해 상반기 객실점유율(OCC)은 평균 85%를 넘어섰다. 특히 명동 등 CBD의 주요 관광지는 사실상 만실에 가까운 95%대를 기록하고 있다. 객실평균단가(ADR)도 4성급 이상이면 코로나 이전 시점 대비 60% 이상 급등해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다. 

      .관광객 증가세도 매각 배경으로 작용했다. 서울 강남·명동·종로 등 CBD에 위치한 호텔은 출장이 많거나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 특성상 빈 객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CBD 내 호텔은 신규 공급이 거의 없고, 기존 호텔도 리모델링 여력이 제한적이어서 가격 상승 폭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레지던트 호텔도 이 같은 배경 속에서 투자 매력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국내 4성급 호텔 매각 시장의 기준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만 주변 CBD 호텔들의 최근 거래 가격이 평당 가격이 10~20% 상승했는데, 이번 프레지던트 호텔 거래가 성사될 경우 명동 로얄호텔과 DL그룹의 글래드호텔 등 잠재 매물의 추가 가격 상승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