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지주사에서 '미래기획그룹장' 맡아
M&A·신사업 투자 의사결정 축 이동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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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이 올해도 ‘젊은 임원’ 발탁에 나서며 조직의 세대교체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지주사로 적을 옮긴 이선호 실장을 중심으로 미래전략 조직을 개편하면서 세대교체 흐름이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향후 그룹 내 M&A(인수합병)와 신사업 투자에서 이선호 실장이 전면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고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이다. 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신임 경영리더 40명을 승진시켰다. 지난해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36세 여성 리더 2명을 포함해 총 5명의 30대가 신임 경영리더로 발탁됐으며, 전체 인원 중 1980년대 이후 출생자 비중도 45%에 달한다.
계열사별로는 CJ제일제당(8명), CJ대한통운(7명), CJ올리브영(7명), CJ ENM 엔터부문(3명), CJ ENM 커머스부문(3명), 4DPLEX(1명), CJ푸드빌(1명), CJ프레시웨이(4명), CJ올리브네트웍스(1명), CJ 지주(5명)에서 각각 승진자가 나왔다.
지난해에 이어 ‘젊은 임원’ 기조가 인사의 중심이라는 평가다.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총 21명의 신임 경영리더가 승진됐으며, 평균 연령은 44.9세로 이 중 1980년대생이 12명이었다. 당시 그룹 최초로 1990년대생 CEO가 발탁됐는데, CJ CGV 자회사 CJ 4DPLEX 신임 대표에 1990년생 방준식 경영리더가 선임되며 주목을 끌었다.
젊어지는 인사 기조는 그룹의 승계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실장이 최근 그룹 내 역할을 확대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이에 발맞춰 ‘젊은 임원군’을 구축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CJ그룹은 2022년 정기 인사에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로 통합하는 파격적 개편을 단행했으며, 당시 이선호 실장도 담당에서 경영리더로 승진했다.
올해 승진자 규모가 지난해의 두 배 수준에 달한 점도 눈길을 끈다. CJ그룹은 2017년 임원 인사에서도 총 70명을 승진시키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이재현 회장이 구속 수감 이후 4년 만의 공식 복귀를 앞두고 있었고, 장녀 이경후 상무대우의 승진을 시작으로 3세 경영 참여가 본격화된 시기였다.
CJ그룹은 올해 10월 계열사 CEO 인사를 단행했고, 그보다 앞서 9월에는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을 지주사로 이동시키는 ‘원포인트’ 인사를 발표했다. 1990년생인 이 실장은 2013년 그룹 공채로 CJ제일제당에 입사해 CJ그룹 경영전략실 부장을 거쳐 2019년부터 CJ제일제당에서 근무했다. 2022년 10월부터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아 글로벌 사업을 이끌었다.
이선호 실장의 이번 지주사 복귀는 제일제당에서의 글로벌 성과를 고려한 계열사 순환 근무 성격의 인사라는 설명이다.
이 실장이 지주사로 복귀하면서 조직 개편도 예고됐다. 이번 임원인사와 함께 진행된 조직개편에서는 ‘미래기획그룹’이 신설됐다. 지주사 기능을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견고화(포트폴리오전략그룹) △미래전략(미래기획그룹) △전략적 사업 지원(전략지원그룹·준법지원그룹) △인재·문화 혁신(HR그룹) 등으로 나누고, 유사 기능 조직을 ‘그룹’ 단위로 재편했다. 이선호 미래기획실장은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미래 신사업 확대를 담당한다.
미래기획그룹의 구체적 역할은 향후 지켜봐야할 전망이다. 이 조직이 M&A를 비롯한 그룹 차원의 주요 딜 추진에 관여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포트폴리오실 1·2실은 ‘포트폴리오전략그룹’으로 통합됐으며, 그룹장은 김홍기 경영대표가 맡았다. 미래동력 발굴과 신사업 확장에 방점을 둔 만큼 투자·신사업 분야는 미래기획그룹이, 구조조정 성격의 기존 포트폴리오 관리는 포트폴리오전략그룹이 담당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지금까지 그룹 내 M&A는 포트폴리오실이 담당해왔다. 이종화 포트폴리오전략2실장(경영리더)이 CJ제일제당 사업부 매각, CJ올리브영 조기 상환, 티빙 합병 등 굵직한 그룹 내 거래들을 총괄해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직접 소통하며 그룹 내 딜을 관리해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최근 CJ ENM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경영리더는 올해 상반기 CJ ENM 사내이사로 복귀했고, 아예 적을 옮기면서 기존 CFO였던 황득수 경영리더를 대체한다.
올해 CJ제일제당은 사료사업부인 CJ피드앤케어 매각을 완료했으며, 바이오사업부 매각은 공식 철회했다. 비상장사인 CJ올리브영 활용 과제가 남아 있고, 티빙과 웨이브 합병은 최종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티빙은 2022년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2500억원 투자를 유치했는데, 계약상 내년 2월부터 FI의 풋옵션 행사 기간이 도래한다. 그 이전에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해 협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인사 및 조직개편이 진행되면서 현재 그룹 내 딜 관련 커뮤니케이션 주체가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며 “전체 인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조직 구성이 어느 정도 정리돼야 각 그룹과 인사의 역할도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