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인베 정조준한 얼라인…PEF의 '승계 이슈' 도마 위로
입력 2025.11.26 07:00
    취재노트
    얼라인,스틱에 "승계 계획 밝혀라" 압박
    "외부 지적도 필요하다" 응원(?) 시선도
    20년 된 PEF,승계 이슈 현안으로 떠올라
    "스틱 사례가 주요 분기점 될 듯"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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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인베)를 향한 주주행동을 본격화했다. 얼라인 측은 24일 스틱 측에 경영 승계 계획 공개와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얼라인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총 6가지 제안을 내놨다. ▲차세대 리더십 승계 계획 발표 ▲임직원 보상 목적을 제외한 잔여 자기주식 전량 소각 ▲보상 체계 개편을 통한 관리보수 관련 손익 마진 개선 및 투자 성과 개선 동력 확보 ▲운용사 차원의 적정 레버리지 활용을 통한 운용자산 및 투자 확대 ▲중장기 기업 성장 및 주주가치 제고 전략 발표 ▲제도적인 이사회 독립성·전문성 개선 조치 등이다.

      이 중에서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차세대 리더십 승계 계획’이다. 1999년 설립된 스틱인베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 가운데 하나다. 국내 PEF 시장이 출범한 지 20년여가 지난 지금, 스틱은 승계와 세대교체의 갈림길에 선 대표적 하우스로 꼽힌다.

      얼라인은 “현 경영진의 연령이 대부분 만 60세 이상임을 감안할 때, 차세대 리더십 승계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기관투자자 신뢰 확보와 핵심 인력의 동기부여·리텐션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틱인베가 아직 공식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은 가운데,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안이 PEF 업계의 승계 이슈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 혹은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국내 1세대 PEF 창업자들의 평균 연령이 60세 전후에 이르면서, 승계와 역할 분배에 대한 논의가 이미 수년 전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틱인베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차세대 리더십 문제가 핵심 현안이었다”며 “도용환 회장의 아들이 내부에서 근무하면서 관련 고민도 더욱 깊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아직 어리고 역량이 없는 것은 아니라 근무 자체가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승계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내부 시선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PEF 업계에서는 승계가 매끄럽게 이뤄진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핵심 인력들이 기존 하우스를 떠나 독립 조직을 만드는 일이 반복돼 왔다. 스틱인베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다수의 인력이 스틱을 떠나 새로운 하우스를 세웠으며, 업력이 긴 만큼 스틱은 자본시장 안팎에서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인재 배출이 활발한 하우스로 평가된다.

      한 PEF 관계자는 “비슷한 상황의 PEF에서 일하는 이른바 ‘2인자’나 ‘3인자’들도 현재는 만족스러운 대우를 받지만, ‘10년 뒤 내가 어떤 위치일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상당한 지분을 가진 창업자의 자녀가 업계 진출을 준비하거나 커리어를 쌓고 있다면 그 부담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가 아직 어리더라도, 본인이 파트너로서 일정 지분이 있다 해도 결국 ‘내 회사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얼라인의 스틱인베 압박에 대한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동종 업계끼리 서로를 정조준하는 방식이 암묵적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스틱인베가 그동안 주가 관리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강했던 만큼 ‘예상된 일’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스틱인베가 국내에서 상장된 거의 몇 안되는 PEF 운용사라는 점에서, 상장사에 대한 주주의 요구 제기는 당연한 권리이며 기업 역시 주주충실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얼라인이 스틱인베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고 나서자, 업계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승계처럼 민감한 사안은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해야만 논의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PEF 업계의 승계 문제는 소위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처럼 여겨져 왔다.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중요한 이슈지만 꺼내기 불편해 회피돼 온 논제라는 의미다.

      물론 인적 자원이 핵심인 PEF 업계 특성상, 이른바 ‘재벌식’ 혈연 승계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PEF 하우스가 명확하게 승계를 경험한 선례 자체가 적어 업계가 참고할 만한 사례가 충분치 않다. 최근에는 해외 LP와 국내 연기금·공제회 등도 GP 선정 과정에서 거버넌스 체계와 차세대 리더십 계획을 직접 묻기 시작한 상황이다.

      일부 하우스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안정적인 세대교체를 이뤘다며 모범 사례로 거론되기도 한다. 역할과 보상이 균형 있게 조정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겉으로 직함만 바뀌었을 뿐, 실제로는 ‘물러난’ 이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며 세대교체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얼라인은 스틱인베 주주가 된 이후 경영진과 여러 차례 비공개 회동을 진행하고 비공개 서한도 전달했으나, 뚜렷한 진전이 없어 공개 캠페인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얼라인은 스틱인베에 내년 1월 19일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식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얼라인은 스틱인베 지분 7.63%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미리캐피털은 12.54%를 확보하고 있다. 앞서 미리캐피털 측도 스틱인베 측과 만나 회사와 관련한 논의에 나섰다고 알려진 바다. 두 곳의 지분을 합치면 20.17%에 이른다. 도용환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13.46%이며, 가족 및 회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치면 19%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