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기업 주관사 지분보유, 공모가 뻥튀기 vs 책임감...바뀌는 시선?
입력 2025.11.27 07:00
    '고평가 시그널'로 보던 지분 보유, 책임 강화 구조로 인식 변화
    확약 등 제도·PI 확대 영향…지분 참여 실무 장벽 낮아졌다는 평
    "시장이 흔들리면 다시 논란 가능…결국 당국의 해석이 최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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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IPO 시장에서 주관사의 발행사 지분 보유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다. 한때는 공모가 고평가를 의심하는 신호로 읽히곤 했지만, 최근 제도 개편과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일정 수준의 지분 참여가 '책임 있는 공모가 산정'의 요소로 해석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의무보유확약(락업) 강화와 확약 미달 시 주관사 인수 패널티 도입 등 부담 요인이 늘었지만, 증권사의 직접투자 확대 흐름과 맞물리며 지분 보유에 대한 실무적 장벽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IPO 시장에서는 주관사가 상장 전 발행사 지분을 확보하는 행위를 두고 "차익 실현을 위해 공모가를 부풀리려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해관계가 얽힌 딜에서는 실제로 공모가 논란으로 번지는 사례도 있었던 만큼, 발행사 지분율은 오랫동안 민감한 이슈로 취급돼 왔다. 

      이에 실제 당국의 심사 과정에서 "상장 이후 적어도 6개월 이상은 필수적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올해부터 적용된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 제도 등 IPO개정안이 분위기를 바꿨다는 분석이다. 기관 확약률이 기준치(올해 30%, 내년 40%)에 미달하면 주관사가 공모 물량의 1%(상한 30억원)를 인수해야 하는 까닭이다. 

      지분 보유를 강제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확약률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관사의 자기자본투자(PI)나 사전 지분 보유가 발생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주식자본시장(ECM) 수익성 강화 기조 속에서 PI 비중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점도 이러한 변화에 힘을 보탰다.

      궁극적으로 금융당국이 상장 심사 기준에서 기업 가치뿐 아니라 '투자자 보호' 항목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점이 주관사의 지분 보유에 대한 해석 전환을 이끌었다. 과거에는 주관사의 지분 참여가 고평가 논란으로 직결되곤 했지만, 최근에는 기관과 주관사가 일정 비중을 함께 들고 있는 것이 오히려 책임성 강화를 위한 구조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한 대형사 IPO 실무자는 "예전처럼 발행사 지분 보유만으로 뻥튀기 논란 등의 의심을 받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라며 "지분율을 두고 심사 과정서 크게 질의를 당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분 보유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가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실무진의 공통된 인식이다. 

      현재의 확약·지분 구조가 공모주 시장 과열의 영향인지, 제도 자체의 효과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상황이 달라지면 지분율에 대한 당국의 해석이 다시 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확약률 자체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상당 비중이 '15일 확약' 등 단기 구간에 쏠려 안정성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지속된다. 최근 상장 기업들의 확약률은 평균 50~60% 수준이나, 장기 락업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확약 구조는 IPO 시장의 단타성 유동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상장일 가격 변동폭이 60~400%로 확대된 이후 공모가 대비 급등했다가 당일 또는 하루 만에 되돌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고, 락업 해제 직전·직후의 변동성 역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최근 상장한 더핑크퐁컴퍼니, 세나테크놀로지 등은 상장 직후 기록한 상승분을 하루 만에 대부분 반납했다.

      한 증권사 ECM 실무자는 "확약률만 보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 안정성은 비슷하다"며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주관사의 발행사 지분 보유에 대한 해석도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업계는 IPO 수수료 수익이 제한적인 구조에서 PI를 활용해 딜 수익성을 보완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일정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상장 전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다만 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거나, 공모주 급락과 같은 투자자 보호 이슈가 다시 부각될 경우 발행사 지분 보유가 다시 '고평가 논란'의 근거로 해석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제도 취지와 시장 민감도가 충돌하는 구간에서 주관사의 지분 보유가 책임 논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PI가 활발해지며 자연스레 지분율 역시 올라갔는데 시장이 흔들리면 지분 보유가 다시 문제 삼아질 수 있다"며 "결국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지에 대한 당국의 판단이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