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특구 지정돼야 발전소도 AI DC도 사업성 강화 가능
예상 밖 심의 보류…투자자에 달갑지 않은 불확실성 문제
AI 디벨로퍼 난도 보여주는 장면 평가…이해관계자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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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이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마주했다. 울산이 국내 첫 도입되는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에서 보류되며 현지 AI 데이터센터(DC) 전진기지 구축 전략 전반이 차질을 빚는 모습이다.
현재 SK가스와 SK케미칼은 울산GPS와 SK멀티유틸리티 소수지분 패키지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기반 발전사업회사다. 인근에 계열 SK텔레콤 주도로 국내 최대 AI DC가 지어지고 있다 보니 이번 거래 자체가 그룹 AI 인프라 디벨로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상 판매처를 확정해두고 전력을 생산하는 구조라 알짜 인프라 사업으로 보이지만 정부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당초 울산이 분산 특구로 지정될 것이라 내다보고 시작한 사업인데, 이달 초 관련 심의에서 보류 결정이 내려지면서다. 투자업계에선 특구 지정이 미뤄지면 울산GPS·SK멀티유틸리티의 사업성은 물론 연계된 AI DC 사업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 AI DC 프로젝트에서 별도 그리드(전력망) 구축은 사업성 확보를 위한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SK그룹 내에서 전력 생산, 판매, AI DC 운영까지 수직계열화가 가능하다면 가시성이 높은 만큼 수익 하방을 보장받지 않고도 투자할 수 있다. 특구 지정 없이는 애매한 구조"라며 "울산이 분산 특구로 지정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 다들 관심이 많은 상태"라고 전했다.
분산 특구는 이번 정부 들어 국내 첫 도입되는 제도다. 기존 전기사업법은 전력 발전과 판매 겸업을 금지하고 있다. 특별법에 근거하면 특화지역 내 발전소와 사용자 간 직거래가 가능해진다. 울산이 특구로 지정되면 울산GPS와 AI DC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아니면 먼 곳의 대형 발전소가 만든 전기를 한국전력의 송전·판매망을 통해 끌어다 써야 한다. 달리 보면 울산GPS나 AI DC 모두 특구 지정을 통해야만 사업성을 강화할 수 있는 셈이다.
당초 특구 지정에 대한 사전 교감이 상당히 이뤄졌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이달 초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주재로 열린 에너지위원회에서 예상을 비껴간 심의 결과가 나왔다. 사업성이 뚜렷한 울산은 빠지고 친환경·신재생 발전 비율이 높은 제주·전남·부산 등이 특구로 지정된 것을 두고 환경부를 비롯한 주무부처 내에서도 잡음이 상당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전력 공급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관리하는 건 산업통상자원부 역할인데 특구 지정 권한이 환경부로 이관되며 엇박자가 불거졌다는 평가도 있다. 환경부는 보류 지역에 대해 향후 재심의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나, 잠재 투자자 입장에선 정무적 판단이 개입됐을 가능성 등 잡음이 달갑지 않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특구 심의 결과를 두고 각 부처에서도 일부 특구는 사업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접했다"라며 "8기 에너지위 구성이 바뀌면서 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거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고, 이렇게 불확실한 요소가 늘어나면 특구와 연계된 사업장의 투자 매력이 여러모로 떨어지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SK그룹이 구상하는 AI DC 중심 인프라 디벨로퍼 전략의 난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란 평도 나온다. 단순히 글로벌 우량 임차인이나 협력사를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정부 유관부처나 지역 민간단체까지 이해관계자 관리 문제가 점점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개발업체 등이 실현 가능성과 무관하게 알박기 형태로 DC를 짓겠다고 사업계획을 남발하는 사정들도 오르내린다.
관련 투자를 검토했던 업계 한 인사는 "PPA 기반으로 전기를 안정적, 효율적으로 확보하는 문제나 투자유치, DC 개발·임차, AWS 같은 네트워크 관리 등이 다 유기적으로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라며 "투자비 만큼이나 전체 밸류체인 구조도 거대하고 복잡한데 정무적 문제까지 개입되면 구상이 좋아도 사업 난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