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급 빅딜"에 증권가 영업 경쟁 치열
10조원 밸류 거론되나 화장품 섹터 변동성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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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다이글로벌이 기업공개(IPO) 채비에 나섰다. 대기업 계열사와 달리 중복상장 논란이 없고, 예상 몸값이 최대 10조원까지 거론되면서 증권가에서는 물밑 경쟁이 이미 뜨겁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구다이글로벌은 연내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주관사단을 확정하고 상장 준비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회사는 IPO를 위한 지주사 전환도 검토하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2년 동안 티르티르, 스킨1004(크레이버코퍼레이션), 라운드랩(서린컴퍼니), 스킨푸드 등 주요 브랜드를 연이어 인수하면서 종속회사가 14곳까지 확대됐다. 멀티 브랜드 플랫폼 형태로 사업 구조가 커지면서, 지주사 전환 시 상장 심사 과정이 보다 수월해지고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구다이글로벌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별도로 목표로 두고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 기준과 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구다이글로벌은 지난 8월 약 8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 IMM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JKL파트너스, 키움프라이빗에쿼티 등 국내 주요 기관이 참여했다. 당시 3년 내 IPO 추진과 상장 실패 시 풋옵션 등 투자자 보호 장치를 포함한 조건으로 인해 사실상 상장을 전제로 한 투자 유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CB 발행 이후 구다이글로벌의 포스트 밸류(투자유치 후 기업가치)는 약 4조4000억원으로 산정됐다. 증권가는 K-뷰티에 적용되는 멀티플과 글로벌 확장 속도를 감안하면 상장 시 최대 10조원 안팎까지 가능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0조원대 몸값이 거론되며 증권가의 기대감이 상당하단 평가다. 실제 무신사 역시 주관사 선정 전부터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는 등 경쟁이 치열했는데, 구다이글로벌도 비슷한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구다이글로벌은 무신사급의 '빅딜'로 분류되고, 중복상장 논란도 없다"며 "상당수 증권사가 사전에 기업 스터디를 진행하며 주관사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과 외형 확장 속도가 투자 매력으로 평가된다. 구다이글로벌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3309억원이지만, 인수한 티르티르와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의 매출을 합산하면 약 1조원 가까운 수준으로 추산된다. 업계가 바라보는 올해 목표 매출은 약 1조7000억원이다. 서린컴퍼니와 스킨푸드의 연결 편입이 완료되면 매출 증가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기업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화장품 섹터는 해외 수출, 소비 경기, 환율, 뷰티 트렌드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해 실적과 주가 변동 폭이 큰 까닭이다. 상장 시점의 업황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 기관투자자는 "상장 전 투자에서 4조원대 밸류를 받았다면 목표 내부수익률(IRR)을 감안할 때 1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며 "뷰티 업종은 주가 변동성이 큰 만큼 상장 타이밍이 성패를 가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