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S 프리미엄 안정세…KP물 펀더멘털 재확인
정부보증 대미투자 기금채 합류…새 벤치마크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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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계 외화채권(KP·Korean Paper) 시장이 역대급 호황기를 맞고 있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과 한국물에 대한 안정적 수요가 맞물리면서 주요 발행사들은 사상 최저 스프레드로 달러채를 소화하고 있다. 해를 넘기면 대미투자기금 조성을 위한 정부보증 기금채권(외평채)도 신규 물량으로 합류할 전망으로, 내년 KP 시장의 구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11월25일 기준) KP물 발행량은 총 609억86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까지만해도 연간 300억달러대에 머물렀던 시장은 이후 급성장을 거듭하며 2023년부터 연간 6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됐다. 불과 3년새 시장 체급이 두 배 넘게 커진 셈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135일룰을 고려할 때 올해 발행은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에서 채권을 찍을 때는 재무제표가 작성된 시점에서 135일 이내에 납입을 비롯한 모든 상장 일정을 마쳐야 한다.
올해 하반기 들어 KP물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인기를 끌고 있다. 북빌딩이 조기 마감되고 주문량이 모집액을 훌쩍 넘기는 오버부킹 사례가 잇따랐다. 발행사는 스프레드를 당초 제시보다 좁혀 마무리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실제로 최근 GS칼텍스, 한국전력 등 주요 공모 달러채 발행에서 역대 최저 수준의 스프레드가 형성됐다. 기획재정부가 발행하는 외평채는 미국 국채와의 금리 격차가 10bp(1bp=0.01%포인트)대까지 좁혀졌다. 한국물 커브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이 빠르게 축소되는 흐름이다.
고환율이라는 외부 요인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시장이 KP물을 선택하는 이유로는 펀더멘털 안정이 꼽힌다. 국가의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안정세를 보였다. 특히 과거에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CDS 프리미엄도 함께 올랐지만 올해부터는 동조화 현상이 깨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시장에서 5년물 한국 CDS 프리미엄은 23.25bp로 거래를 마감했다. CDS 프리미엄은 탄핵 정국과 맞물려 올해 4월 45.87bp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빠르게 하락한 바 있다.
한 글로벌 투자은행 관계자는 "현재 한국의 대외 건전성은 매우 견고하다"며 "주요 발행사들 역시 과거보다 훨씬 체계적인 외화 유동성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어 투자자 신뢰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내년부터 새로 추가될 대미투자기금 관련 채권이 KP 시장의 새로운 벤치마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금융투자에 합의했는데, 연간 최대 한도인 200억달러 중 50억달러는 정부보증 기금채를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출자로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하고, 기금채 발행이 이뤄진다. 기금채는 정부보증 달러채인데다 향후 10년간 발행 규모와 일정이 비교적 명확히 예상된다는 점에서 기관투자자들의 KP물 벤치마크 역할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KP 시장의 최전선에서 조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외평채·산은채·수은채에 이어 대미투자 기금채까지 더해지면 한국물 곡선 자체도 더 정교해질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발행시장에서 KP물은 1월에 발행이 가장 집중된다. 내년 초부터 GS칼텍스(6억달러), 농협중앙회(3억달러), 농협은행(3억달러), 신한지주(10억달러), SK하이닉스(35억달러), 포스코(14억달러) 등 줄줄이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차환 수요를 중심으로 연초 발행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