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계열 지원, 공정위는 '가격'·금감원은 '파킹' 들여다볼 듯
입력 2025.11.28 07:00
    그룹 계열 지분 이동 구조에 감독 당국도 촉각
    한화퓨쳐프루프 재편, 내부 유동성 지원 구조 부각
    공정위는 문제시 '부당지원 여부' 사후 점검 계획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제출 여부에 따라 관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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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퓨처프루프 지배구조 전면 개편과 관련해 한화솔루션이 확보한 자금 규모와 그룹 계열사가 참여한 거래 구조를 두고 감독당국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번 거래는 한화퓨처프루프 지분에 대한 유상증자와 계열사 참여가 핵심인데, 결과적으로는 약 8500억원 규모의 현금이 한화솔루션으로 유입되는 구조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각기 다른 쟁점을 중심으로 거래를 점검할 전망이다.

      이번 거래 구조는 한화솔루션이 보유하던 퓨처프루프 지분 50%를 미국 신설법인 한화디펜스앤에너지(HDE)에 매각하고, HDE에 대해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재출자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솔루션은 약 85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으며, 오션과 시스템은 각각 12.5%씩 퓨처프루프 지분을 신규 확보했다. 사실상 현금이 많은 계열사에서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 계열사 방향으로 자금이 이동한 구조인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거래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 성격을 띠는 만큼 세부 구조와 공시 의무 준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모기업이 해외에 설립한 법인을 통해 지분 매각이 진행된 구조라는 점에서 자본시장법상 공시 충실성 여부와 계열사 지원 규정 위반 여부가 주요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퓨처프루프는 해외 법인이지만 원칙적으로는 국내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이 될 수 있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외국 법인이 발행한 지분의 20% 이상을 국내 거주자가 보유할 경우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화퓨처프루프의 경우 한화 계열이 100% 보유하고 있어 신고 대상 요건에 부합한다. 

      다만 예외 규정을 적용해 발행한 후 1년간 국내 거주자에게 양도할 수 없도록(파킹 방지) 구조를 설계하면 신고 의무를 면제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금감원은 공시 이후 한화그룹 측에 해당 구조 적용 여부를 질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거래를 가격 적정성과 내부거래, 부당지원 가능성을 중심으로 살펴볼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원칙적으로 계열사 간 출자·증자·유증을 사전 승인하는 구조가 아니다. 대신 공정거래법 제45조를 근거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통한 이익 제공 여부'를 사후적으로 들여다본다. 과거 대기업집단 사례에서도 계열 간 이동에서 거래 조건의 합리성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조사 개시가 이뤄졌다.

      공정위가 보는 핵심은 거래가 특정 계열사에 유리하게 설계됐는지, 발행가가 정상 수준이었는지, 거래 구조가 사실상 계열사 지원이나 우회적 자금 지원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내부거래가 한화솔루션에 유리한 조건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할 경우, 공정위는 조사 개시 후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에서 문제가 되면 사후적으로 법에 따라 조사를 개시할 것"이라며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는 제한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퓨처프루프 지분 50%의 장부가격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약 5000억원이었다. 이번 유증에서의 발행가는 약 1조1400억원으로, 장부가 대비 2배 이상의 프리미엄이 반영된 셈이다. 미국 현지 실적이나 밸류에이션이 뚜렷하게 개선됐다는 증거가 없다면, 내부거래가 시장가격과 공정가치를 충족하는지가 공정위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금감원과 공정위 모두 "한화그룹과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의 달라진 기조 역시 이번 거래 점검의 배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임 정부에서 공정위는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에 대한 엄정한 제재를 강조하고 있다.

      주병기 신임 공정위원장은 최근 대기업 금산분리 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대기업 계열건설사의 공공발주사업 수주를 비판하거나,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강력한 감독 의지를 밝히는 등 강경한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앞서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도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등을 이용해 사익을 편취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 강도는 그 행위에서 얻는 이익을 능가할 수 있도록 충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거래 당사자(계열사)들이 각각 회계법인을 선정해 객관적 가치평가를 받았고,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서도 법무법인으로부터 별도 법률의견을 받은 뒤 절차를 진행했다"며 "계열사 간 거래라 해도 공정위와 사전 협의를 거칠 법적 의무는 없고, 이번 거래는 공정위 인허가 대상도 아니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증권신고서 제출 가능성을 두고 금감원이 질의를 보낸 데 대해서도 "본 건은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 측은 "국내 법인이 100% 보유한 해외 종속회사의 증자에 단독 참여하는 경우, 청약 권유·발행 관련 주요 행위가 국내에서 이뤄지지 않아 신고 의무가 면제된다는 선례가 다수 존재한다"며 "전매제한 조치(파킹 방지)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신고 면제 대상이라는 것이 실무적 관행"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