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회장 임기 1년 남은 KB금융...계열사 CEO단 '쇄신' 보단 '안정' 꾀할까
입력 2025.11.28 07:00
    임기 1년 앞둔 양종희 회장, ‘안정 인사’ 기조 무게
    재임 길었던 일부 수장 중심으로 연임·교체 논의 압축
    KB증권 PF 충당금·성과평가가 최대 변수로 부상
    캐피탈·저축은행 부진…손보·자산운용은 연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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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B금융그룹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임박했다. 양종희 회장 임기가 내년 11월까지로 1년도 남지 않은 만큼 대규모 교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사 폭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교체 가능성 역시 일부 계열사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계열사별 실적이 연임 여부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되겠지만, 전반적으로는 현 체제를 크게 흔들지 않는 ‘안정 인사’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 금융권에서 힘을 얻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조만간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어 연말 임기 만료가 도래한 CEO들에 대한 평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12월 중순 최종 대추위를 열어 후보를 확정할 전망이다. KB금융은 매년 12월 중순께 차기 계열사 CEO 인선을 확정해왔다.

      올해 CEO 임기가 만료된 계열사는 KB증권·KB손해보험·KB캐피탈·KB자산운용·KB저축은행·KB부동산신탁 등 6개 계열사다. KB증권이 공동대표 체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사 대상 CEO는 총 7명이다.

      양 회장은 취임 이후 두 차례 인사에서 이미 대대적인 리더십 재편을 마쳤다. 2023년 취임 직후 첫 인사에서는 당시 주요 계열사 8곳의 CEO 9명 중 6명을 교체했고, 2024년 말 두 번째 인사에서도 임기 만료 대상인 4개 계열사의 CEO 5명 중 3명을 새로 앉혔다. 

      KB증권의 김성현 사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계열사의 대표가 바뀐 셈으로, 이미 큰 폭의 교체를 거친 만큼 남은 임기가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조직을 흔들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계열사 CEO 교체 폭을 최소화하고, 양종희 회장이 내년 연임을 준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며 “계열사 인사는 필요하지만 그만큼 조직을 흔드는 측면도 있는 만큼, 그룹 내에서 오랫동안 역할을 맡아온 일부 인사의 세대교체 필요성 정도만 검토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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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쏠리는 곳은 KB증권이다. 2019년 취임한 김성현 IB부문 대표는 올해까지 5연임에 성공했으며, 1년 임기로 선임됐던 이홍구 WM부문 대표도 지난해 한 차례 연임했다. 

      김성현 대표는 2019년 선임 이후 7년째 대표직을 수행해 왔다. '2인자'가 마땅치 않은 KB증권의 현 경영구도상 김성현 대표가 빠지면 IB부문을 비롯한 회사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반면 조직 내 세대 교체 관점에서 보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올해 KB증권의 실적은 다소 주춤했다.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679억원, 순이익은 50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 9%씩 감소했다. 회사 측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에 대한 선제적 충당금 적립이 실적 하락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충당금을 3분기까지 상당부분 반영한 만큼 4분기에는 비경상 손실이 최소화되고, 연간 실적도 전년 대비 개선될 것이란 게 KB증권의 입장이지만, 국내 증시 호황에 힘입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룬 타 증권사들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이 부동산 PF에 대한 충당금을 쌓고는 있지만 여전히 충분치 않다는 평가도 있다”며 “외부 인사를 증권 CEO로 영입하려는 그룹 차원의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에 CEO를 맡을 적임자가 있을지 여부도 김성현 사장 연임 판단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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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부동산신탁의 성채현 사장 거취도 주요 관심사로 꼽힌다. 회사는 올해 3분기 누적 17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전년 대비 손실 폭을 줄인 만큼, 이번 성과 평가가 연임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성 사장은 주요 계열사 CEO 가운데 김성현 사장 다음으로 연령이 높으며, 2019년부터 KB국민은행에서 소비자브랜드전략그룹 전무, 개인고객그룹 부행장, 영업그룹 이사부행장 등을 맡는 등 은행 조직에서 오랜 기간 주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첫 2년 임기를 마친 만큼 1년 연임 옵션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세대 교체 차원에서 깜짝 인사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언급된다.

      빈중일 KB캐피탈 사장의 경우 '선방' 했다는 분석이 많다. 연임 지표인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9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충당금을 11% 이상 늘려 1689억원을 쌓은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란 평가다.  

      업계에서는 리테일 금융 중심의 사업 구조 덕분에 신한캐피탈과 달리 경기 침체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본다. 다만 건전성 지표는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1.94%까지 낮아졌던 연체율은 올해 상반기 2.27%로 다시 상승했다.

      KB저축은행은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업황 불황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부동산 호황기에 확대했던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PF가 부실화되며 대손비용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3분기 누적 대손상각비는 427억원으로 전년 동기(404억원)를 웃돌았다. 연초 설정한 10억원 수준의 당기순이익 목표 달성도 어렵고, 3년 연속 적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서혜자 사장의 연임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본욱 KB손보 사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꼽힌다. KB손보는 지난해 8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비은행 계열 중 실적 기여도가 두드러졌고,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도 76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자동차·장기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영업손익은 다소 부진했지만, 국내 증시 활황에 따른 투자손익이 이를 방어했다. 양 회장이 손보 대표로 일하던 시절 손발을 맞춰봤고, 이제 첫 임기 2년을 소화한 것을 감안하면 연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손보가 최근 그룹 비은행 부문에서 차지하는 위상 역시 커졌다는 평가다.

      KB자산운용은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967억원으로, 전년 동기(585억원) 대비 65.2% 증가했다. 치열한 ETF 시장 경쟁 속에서도 내실 위주의 전략을 유지한 결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성 사장 역시 첫 임기 2년을 막 소화했기 때문에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일부 계열사는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만, 금융권에서는 양 회장의 이번 인사 폭에 여전히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적 흐름이 양호한 곳은 무난한 연임이 예상되는 반면, 올해 실적이 부진하거나 재임 기간이 길었던 CEO가 있는 계열사는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양 회장의 임기가 내년 11월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교체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은행 내에서 조정이 필요한 인력 수요가 커질 경우, 인사 결과가 달라질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