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불투명한 이커머스 전략은 과제로
계속된 부진에 임원들은 자조적 농담까지
일부 사업이 버티는 구조…"방심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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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유통군 최고경영자(CEO)를 전면 교체하는 초강도 인사를 단행했다. 이커머스 부진과 오프라인 실적 악화가 겹치면서 유통 부문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자조적 표현이 회자될 정도로 이커머스 전략 부재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유통 사업이 분기점에 선 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지면서 신임 경영진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는 평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전날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유통∙건설 등 주요 계열사 20명 CEO를 교체하는 쇄신인사를 단행했다.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이 용퇴하고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및 슈퍼, 롯데e커머스 등 그룹의 핵심 축인 유통 주요 계열사의 CEO가 전원 교체됐다.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이사에는 정현석 롯데백화점 아울렛사업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내정됐다. 롯데웰푸드 대표이사에는 서정호 롯데웰푸드 혁신추진단장 부사장이 내정됐다. 롯데홈쇼핑은 김재겸 대표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e커머스(롯데온) 대표에는 e커머스사업부 구조조정과 턴어라운드 전략수립을 추진했던 추대식 전무가 승진하며 선임됐다.
유통 부문의 신임 경영진의 어깨가 그 어느때보다 무겁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고강도 인적 쇄신에는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내부 위기감이 분명히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랜 기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부문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유통 트렌드가 이미 이커머스로 이동한 만큼, 이커머스 성과는 곧 회사의 미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롯데의 이커머스 사업은 여전히 명확한 방향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골프 경기 중 공이 어설프게 그린에 올라간 상황을 두고 ‘롯데온 했다’는 표현이 사용될 정도로, 롯데온 부진을 자조하는 분위기까지 전해진다.
롯데온은 2025년 3분기 기준 여전히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적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지만, 2024년 4분기부터 e그로서리(식료품) 관련 손익을 기존 롯데온에서 그로서리 사업부로 변경해 반영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손실을 일부 마트·슈퍼 부문으로 이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매출도 분기마다 감소세를 보이며 외형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다.
한 유통업체 임원은 “이커머스는 승자독식 구조라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지 못한 업체는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대적으로 자금을 투입해도 될까 말까 한 시장인데, 롯데로서는 투자 여력이 부족한 데다 계열사 간 뚜렷한 시너지까지 보이지 않아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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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동력’ 이커머스 부문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 부문을 지탱하고 있는 기존 오프라인 부문들도 방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평이다.
올해 3분기 롯데쇼핑 영업이익이 마트·슈퍼 부문 부진에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8% 감소한 1305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3조41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줄었고 당기순익은 48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롯데쇼핑의 약 24% 매출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백화점부문은 사실상 소공동 본점, 부산본점, 잠실점 중심의 매출 호조가 백화점 전 부문을 지탱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는 총 31개의 백화점 점포를 운영 중인데 경쟁사인 현대백화점(14), 신세계(13) 등과 비교해도 두배 이상이다.
이러한 다점포 전략이 롯데의 유통업 지위를 높인 것이 사실이지만, 업계에서는 현재로서는 실질적으로 상위권 대형 점포를 제외한 지점들은 ‘수익성이 나는’ 상황이 아닌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롯데 측도 지난해부터 지방점 구조조정 등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6월 매출 전국 꼴찌였던 마산점을 폐업 조치했다. 고전하고 있는 센텀시티점도 매각 검토에 나서기도 했으나 현재는 잠정 중단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롯데의 유통업 기조는 ‘퍼스트 무버’가 되기보다는 뒤늦게 진출하더라도 대기업의 여력으로 일정 수준의 시장 지위를 유지하는 데 있었다”며 “하지만 이커머스로 유통 판도가 바뀌고 오프라인도 ‘핀셋 전략’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가치와 일부 대형점, 해외 사업 성과가 유지되고 있는 지금이 전략 방향을 수립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