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시점 두고 갑론을박
정관 변경해야 할 기업 몇백 곳
안건 부결 시 대응책은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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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둘러싸고 상장사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실제 시행 시점에 대한 법적 해석이 모호해 준비 시기를 두고 업계 해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관 변경 안건이 부결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도 없는 상황이라 기업들의 자문 수요가 빗발치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선 최대한 보수적으로 적용해야 차후 문제가 불거질 우려를 줄일 수 있기에 사실상 내년 3월 주총까지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월말 2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했는데 이 법안에는 감사위원을 최소 2명 이상 분리선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와 여당은 기업들이 제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1년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유예기간이 사실상 '6개월 남짓'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은 보통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처리한다. 이에 개정 상법의 시행이 내년 9월임에도, 그 시점에 요건을 충족하려면 결국 내년 3월 주총에서 미리 정관을 변경해 감사위원 2명을 분리선출해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내년 3월 주총에서 선임해야 하는 것인지, 9월 시행 이후 열리는 첫 주총에서 맞추면 되는 것인지를 두고 해석이 갈리고 있다. 법 조항이 이를 명시적으로 못 박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선이 생겼다.
법조문만 놓고 보면 두 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 다법안 시행을 유예한 입법 취지를 살펴보면, 기존 이사의 임기 조정 문제와 신규 감사위원 후보자를 물색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 1년의 준비 기간이 부여됐다. 미리 정관을 고치고 인선을 준비해 법안 시행 시점부터 2명의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라는 의미로 풀이되는 것이다.
실무에선 내년 9월 법안 시행일 시점에 이미 감사위원 2명이 분리선출돼 있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는 분위기다. 자문사들 역시 기업들에 안전하게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정관을 개정하고 미리 감사위원 2명을 맞춰놓을 것을 권고하는 추세다.
한 로펌 관계자는 "기업들이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시기를 두고 서면 질의를 많이 주는 모습"이라며 "세미나를 다녀도 꼭 물어보는 주제 중 하나인데 안전하게는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미리 대비하시라고 조언을 한다"고 했다.
법무부 또한 공식적인 유권해석이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질의를 보낼 경우, 내년 9월까지 분리선출된 감사위원 두 명을 갖추는 것이 취지에 부합한다는 답변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법무부가 공식적으로 안내한 바는 없지만, 기업들의 개별 질의에 대해서는 내년 9월 시행일까지 2명을 갖추는 것이 안전하다는 취지로 답변한다"라며 "기업들은 사실상 개정된 상법에 따라 최대한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잘못된 해석으로 대응할 경우 상법 위반으로 상장폐지 위험까지 제기될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당장 내년 주주총회 대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을 충족해야 해 통과 장벽도 높다. 실제로 올해 주총에서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정관변경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다른 로펌의 변호사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늘리는 것은 크게 파장을 불러오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이 동시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수주주들이 추천하는 후보가 이사회에 진입하는 등의 혼란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제는 기업들이 적임자 확보와 정관변경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적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상당수 기업들은 정관 변경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8월 기준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이면서 감사위원회를 운영하는 상장사는 710곳이다. 이 중 656개사(92.4%)가 정관상 분리선출 감사위원 수를 1명으로 규정하거나, 아예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내년 3월 주총에서 정관 변경과 감사위원 추가 선임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주요 기업들은 연말부터 내년 주총을 준비하는데 정관 변경 안건이 부결됐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유권해석도 나오지 않았다. 분리 선출하지 않은 감사위원의 임기가 내년 9월 이후로도 남아 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선임 당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출한 감사위원을 임의로 해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로펌 변호사는 "개정 상법이 이전에 있었던 감사위원 선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확실한 면이 있다"며 "정관을 변경하지 못했단 것이 상법 위반을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이 부분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