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들 "홈플 사태 재발하면 어쩌나"…쿠팡 리츠 우선주 모집 난항
입력 2025.12.01 07:00
    쿠팡 첫 물류센터 리츠, 우선주 80% 구조
    연기금·공제회 중심으로 IRR 8% 제시했지만
    쿠팡 15년 마스터리스에도 위약벌 부재 우려
    홈플러스式 임차 리스크 재현 가능성 부상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쿠팡이 추진 중인 물류센터 자산 중심의 리츠(가칭 쿠팡알파리츠)가 출범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대형 풀필먼트센터 세 곳을 담은 1조원 규모의 딜이지만 물류센터에 대한 비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제2의 홈플러스가 될 수 있다" 우려까지 나오며 우선주 모집이 사실상 멈춰선 상황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쿠팡알파리츠는 최근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들을 대상으로 우선주 투자자 모집을 시작했다. 이번 거래는 쿠팡이 사용 중인 수도권 및 중부권 풀필먼트센터 3개를 묶어 리츠에 편입하고, 약 1조원 규모의 자산가치를 바탕으로 보통주와 우선주를 조성하는 구조다. 

      쿠팡이 에쿼티(보통주) 19%를 선투입하고, 잔여 81%는 우선주 형태로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가(LP)를 대상으로 모집하는 방식이다. 우선주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총액인수를 한 후, 재매각(셀다운)해 배분할 예정이다. 

      재무지표만 놓고 보면 쿠팡 리츠는 매력 요소가 없지 않다. 이번 리츠에 포함될 자산은 남대전 풀필먼트센터, 북천안 풀필먼트센터, 인천 쿠팡 풀필먼트센터 총 세 곳이다. 이중 남대전 자산은 연면적 8만㎡가 넘는 규모의 대규모 신선식품 전용 유통센터다. 

      쿠팡 측은 리츠 우선주 투자 기준으로 연간 현금수익률(CoC) 6.5~6.8%, 내부수익률(IRR) 약 8%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15년 장기 책임임차(마스터리스)를 체결한 만큼 임대 안정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물류자산을 선호하는 외국계 기관이 일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본격적인 LP 미팅에서는 분위기가 급변했다. 쿠팡이 임차 계약을 중도 해지해도 위약벌 조항이 사실상 없는 딜 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매각 실패 시 매수자와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책임 범위가 커진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장기 임차계약이라고 하지만 의무 임차가 아니어서 쿠팡이 사업 전략 변경이나 지점 축소에 따라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라며 "홈플러스 사태와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똑같은 리스크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대목도 바로 이 부분이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는 임차인인 홈플러스가 계약기간 중 임차면적을 줄이거나 임대를 중단하면서 일부 리츠 투자자들이 예기치 못한 공실 및 자산가치 하락 리스크를 떠안았다. 비슷한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번 쿠팡 리츠에서도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쿠팡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알파자산운용 측이 이를 받아들여 일부 조항 수정 및 보완 작업을 진행하더라도, 계획했던 연내 클로징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LP들이 본격적으로 재원 집행을 줄이는 연말 셧다운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11월부터는 신규 딜을 사실상 검토하지 않는다"며 "쿠팡 리츠는 구조 조정 문제와 시장 상황이 동시에 겹쳐 판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물류센터 시장 전반에 드리운 화재 사건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 발생한 이랜드 천안 물류센터 화재로 보험사들은 물류센터 보험료율 인상 검토에 들어가는 등 시장 전반에 '물류 위험 재평가' 신호를 던졌다. 아시아 최대급 센터가 하루아침에 소실된 사건 탓에 보험 원수사 및 재보험사 모두 비상이 걸렸고, 향후 신규 물류센터 보험가입 조건이 강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LP들은 이러한 환경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국내 LP들은 물류센터의 자산가치가 오피스·리테일·호텔 등 기타 상업용 부동산만큼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근본 질문을 다시 던지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랜드 화재는 시장 전체의 심리를 한순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며 "처음부터 리스크가 크다고 본 국내 기관들은 당분간 물류센터 비중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센터 메자닌층(중간층) 관련 제재 이슈도 남아있는 또 다른 변수다. 물류센터의 구조적 취약성이 반복적으로 지적되면서, 규제당국이 안전 기준 강화 및 특정 등급 이상 자산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결국 쿠팡 리츠는 딜 구조 자체의 불확실성, 자산군에 대한 시장 전반의 비우호적 정서 등의 장벽을 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외형상 규모가 크고 쿠팡이라는 우량 임차인이 버티고 있지만, 물류 리츠에 대한 국내 LP의 떨어진 상황에서 쿠팡이 위약벌 조항을 강화하지 않는 한 단기간 내 펀딩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리츠 펀딩과 관련된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