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배터리 캐파 감축 본격화…中 시작으로 내년까지 구조조정 고삐
입력 2025.12.01 07:00
    中 JV지분 추가 정리 착수…글로벌 캐파도 효율화 전망
    내년 캐파 280GWh 전망…車 판매보다 가파른 증가세
    엔무브 합병효과 나타나도 선제감축 없인 부채 못 줄여
    현대차·포드 등 핵심 JV 파트너 外 제3자 협상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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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온이 글로벌 배터리셀 생산공장 감축을 본격화한다. 가동률이 여전히 부진한데 내년이면 전체 생산능력이 200GWh를 돌파할 예정인 만큼 공장을 줄여 재무위기를 돌파한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 후이저우 합작법인(JV) 지분 정리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관련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온은 현재 창저우에 위치한 BEST JV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SK이노베이션이 2013년 현지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함께 설립한 합작사 BESK의 100% 자회사로 최대 생산능력은 약 7.5GWh 규모다. SK온이 보유한 지분 49%를 합작 상대에 넘기는 방식으로 파악된다. 

      지난 20일 후이저우 EUE JV 지분 49%를 합작 상대인 EVE에너지에 매각한 데 이어 중국 내 캐파(Capacity) 정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SK온은 그간 중국 내 45GWh 규모 생산능력을 꾸려왔는데, 연내 옌청에 위치한 33GWh 규모 단독공장이 초기 가동에 들어간다. 창저우와 후이저우 JV를 각각 정리하면 옌청 지역에 집중할 수 있다. 

      중국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글로벌 생산기지 전반으로 동일한 작업이 반복될 전망이다. 

      올 연말 기준 SK온의 배터리 최대 생산능력은 약 192GWh 규모다. 가동을 앞둔 국내외 신공장을 포함하면 내년 캐파는 280GWh 이상으로 불어날 수 있다. 늘어날 캐파 대부분이 북미 지역에 몰려 있는데, 확대 폭이 현지 전기차 수요 성장세를 웃돈다. 경쟁사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아 업계 전반이 수년째 가동률 조정, 라인 전환, 신규 사용처 수주 확대에 전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6월 리밸런싱(사업 조정) 때부터 중국 창저우, 후이저우 JV 외에 미국, 유럽에 위치한 셀 생산공장을 쪼개 파는 방안이 계획에 반영돼 있었다"라며 "모회사 증자, 계열회사 합병, 재무적투자자(FI) 조기 상환에 이어서 캐파를 줄이는 후속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캐파를 선제적으로 줄여 운영효율을 확보하지 않으면 적자나 부채를 줄이기 힘들 것이라 내다보는 것으로 알려진다. SK온은 SK엔텀·트레이딩인터내셔널에 이어 SK엔무브와의 합병으로 지난 3분기 연결기준 1146억원의 상각전영업익(EBITDA)을 기록했다. 그러나 배터리 사업의 적자가 여전하고 아직 투자가 마무리되지 않아 같은 시기 순차입금 규모는 약 21조원까지 불어났고 부채비율은 200%를 넘어섰다. 

      올 들어 북미를 비롯해 전 세계 각지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쏟아지며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열리고 있지만 당장 SK온의 가동률 회복에 도움을 주진 못하는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 SK온 역시 수혜를 입게 될 전망이나 당장은 경쟁사에 비해 대규모 ESS 프로젝트 공급 이력이나 실증 데이터가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탓이다. 업계에서도 전기차 판매 성장이 종전 수준으로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캐파를 줄여 고정비 부담을 낮추는 게 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에서 추진하는 재무위기 종식 작업의 일환이란 평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까지 회사 부채를 8조원 이상 줄여 글로벌 신용도를 투자 적격 등급으로 돌려놓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차입금 절반 이상이 SK온에서 발생하는 터라 SK온의 고정비를 줄이지 않으면 해당 목표에 도달하기 어렵다.

      자문시장 한 관계자는 "그간 모회사 수혈, 계열 합병 등으로 체력에는 상당한 보강 작업이 이뤄졌다. 최종적으로는 회사가 수익성을 갖춰야 한다"라며 "2년여 전부터 투자 계획을 줄여오긴 했는데, 그래도 시장 성장 속도가 공급을 따라오지 못하면 공장을 줄이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나 포드 등 핵심 완성차 파트너사들도 잠재 협상 대상으로 꼽힌다. SK온은 현재 양사와 미국에서 각각 JV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수년 SK온 가동률을 책임져 온 우량 고객사로 2023년에는 기아와 함께 4년 만기 조건으로 2조원을 SK온에 대출해주기도 했다. 포드 역시 SK온의 북미 시장 진출을 함께한 핵심 파트너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관세나 통상환경이 크게 바뀐 만큼 기존 파트너사 외 제3의 후보가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첨단세액공제(AMPC) 등 핵심 보조금 정책도 계속 수정 중이고, 갈수록 미국 현지에 직접 캐파를 꾸리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