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들 TF 꾸리며 마케팅 속도
주주충실의무 관련 일감 증가
파장 큰 자사주 소각 남았지만
요건 명확해 자문 여지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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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정부 여당 주도로 대대적인 상법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주주충실의무를 담은 개정안(1차)이 시행됐고, 8월엔 집중투표제 도입 및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안(2차)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자사주 의무 소각을 담은 3차 개정안도 최근 발의됐다.
주요 법무법인들은 1차 상법 개정을 전후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기업을 대상으로 해설서와 실무 가이드 등을 제공하고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송무나 거래 자문 일감이 뜸해진 변호사들은 고객들의 상법 지도 교사로 나섰다. 기업들이 자문 비용을 아끼지 않으면서 법무법인들이 반색하고 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강력한 상법 개정안이 이어지면서 거래 자문을 했던 기업 고객들로부터 개정상법 대응 자문을 해달라거나 담당 부서에 연결해달라는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이사의 충실의무(상법 제382조의3)다. 이 조항은 개정 즉시 시행되며 당면 현안이 됐다. 이전까지 이사는 의사 결정 시 회사의 이익만 따졌다면 이제는 일반 주주들에게도 득이 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계열사간 거래, 자회사 설립, 사업부 분할 등은 '경영상 판단'으로써 소수주주과 무관하게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행위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특히 대주주와 관련이 있는 행위를 할 때는 그 당위성과 명분이 중요하다.
'쪼개기 상장'이나 대주주만 프리미엄을 챙기는 거래 등은 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익을 침해당한 소액주주가 이사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를 대비해 임원배상책임보험을 들기도 하지만 '위법행위'는 보장 범위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상법상 의무 위반' 시 보호받을 수 있을지 모호하다.
기업과 이사 입장에선 의사 결정 시 논리는 물론 형식도 잘 갖춰야 이런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근거를 남기기 위해 사소한 것까지 법률 의견을 얻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법무법인 입장에선 이런 사전 자문은 물론 향후 불거질 수 있는 소송의 대리 업무도 잠재적인 먹거리다.
올해 진행된 상법 개정 작업 중 재계에 가장 큰 충격파가 예상되는 것은 3차다.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를 이끄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은 연내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대로 법이 개정되면 기업들은 자사주 취득 후 1년(기존 보유 자사주는 1년 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한다. 상당수 기업들이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경영권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영권을 보호할 대안 법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차 개정안이 시장에 미칠 파장은 크지만 정작 법무법인들이 관여할 여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국회에 소각 예외 조건을 넓혀 달라거나 주주총회 결의 요건을 완화해 달라 요청하고 있어 최종 입법안은 유동적이다. 다만 어떤 내용이든 소각 의무와 관련된 법규는 명확히 기재될 수밖에 없다. 기업은 그에 따라 소각이나 처분의 의사 결정을 하면 될 뿐이라 특별한 법적 자문은 필요하지 않다.
다른 법무법인 변호사는 "주주충실의무처럼 판단이 애매한 영역이 있어야 변호사 자문이 필요한데 자사주 소각은 요건이 명확하게 정해진다"며 "기업에는 굉장히 큰 이슈지만 법무법인 입장에선 관심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무법인 변호사 역시 "자사주 소각은 정해지는 법에 따라 대응하면 될 뿐이라 별다른 특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