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확대 전망에…美상장 앞두고 기업가치 상승
가격 인하 등 비만약 한계도…"성장고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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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계열사인 SK팜테코가 글로벌 빅파마를 고객사로 맞으며 실적 개선 청신호를 켰다. 본업인 세포유전차치료제(CGT) 업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비만치료제 수주로 가치 상승의 날개를 달았단 평가가 나온다. 다만 비만치료제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고, 낮은 비용을 앞세운 CDMO 기업의 공세가 거센 만큼 중장기적인 사업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팜테코의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은 내년 가동을 목표로 세종에 저분자화합물 및 펩타이드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회사는 구체적인 건설 배경을 밝히지 않았지만,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릴리와 비만치료제 수주 논의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의약품 생산공장을 미리 건설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장은 현재 착공에 들어섰고, 공개된 투자 규모는 3400억원 정도다.
생산 제품은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의 원료의약품이 거론된다. 펩타이드 기반 약물인 마운자로는 제품 생산 시 펩타이드 조각이 필요하다. 세종 공장에서 생산한 펩타이드 일부를 일라이릴리에, 나머지는 다른 기업·기관에 공급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라이릴리와의 수주 논의는 최근 설비 실사를 진행한 후 수주 확대를 검토하는 쪽으로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SK바이오텍이 실제 마운자로 원료의약품을 수주한다면 일감은 두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세종에 건설 중인 공장은 연면적 1만2600㎡,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로 설계돼 상당한 규모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텍은 해당 공장 외 새로운 공장도 건설 중이며 모두 원료의약품 생산에 활용한다면 기존에 밝힌 투자계획보다 몇 배 수준 많은 생산역량을 갖추게 된다.
이는 모회사인 SK팜테코의 기업가치 상승으로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일라이릴리와의 수주 논의가 구체화된다면 글로벌 빅파마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것인 만큼 미국 상장을 계획 중인 SK팜테코의 기업 가치를 글로벌 투자자들이 납득하기 수월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SK바이오텍의 일감이 늘어나면 오랜 고민거리였던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SK팜테코는 지난해 모든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을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미래를 위해 뛰어든 세포치료제 CDMO 사업들은 시장 상황이 악화하며 수주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고, SK바이오텍으로 그나마 수익을 올리는 상황이다. 특히 세포치료제 업황 악화로 미국 CBM, 프랑스 이포스케시 등 SK그룹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 인수한 기업들은 조심스럽게 매각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세포치료제를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했더니 임상단계에서보다 치료효과가 크지 않아 시장이 전반적으로 힘들어졌다"라며 "세포치료제의 대표 약물은 킴리아 정도인데, 이런 약물들이 치고 나가며 시장이 만들어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포치료제는 다른 약물 대비 개발하기도 어렵고 환자의 세포 일부를 직접 활용하는 것이라 생산 단가도 높은 편"이라며 "자연스럽게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기업들이 줄어들게 되고, 수주 문의가 줄어들면 생산업체인 CDMO 기업들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빅파마와의 비만치료제 수주는 단비가 됐다는 평가다. 세포치료제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비만치료제로 현금을 창출하고 이를 미래 사업에 투자하는 형태라면 안정성과 성장성을 모두 잡는 그림이기도 하다. SK팜테코는 실제 SK바이오텍, 앰팩, 이포스케시 등을 통해 다양한 생산 영역을 커버하고 있어 몇몇 CDMO 업체로부터 인수 제안도 있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SK팜테코 산하 자회사들의 수주 확대 전망을 고려한다면 당장 매각을 타진할 가능성은 적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팜테코가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다면 더 높은 기업 가치를 달성할 것이란 기대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SK팜테코는 프리IPO를 진행하며 오는 2028년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하겠단 조건을 걸었고, 당시 기업 가치는 4조원대로 거론됐다.
투자금융업계(IB) 관계자는 "SK팜테코의 일감이 늘어나고 있어 기업 가치 역시 동반 상승 중"이라며 "2~3년 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면 기업 가치 10조원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 제안이 있다고 해도 지금 당장 매각을 추진한다면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을 때보다) 낮을 것이기 때문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SK온 사례처럼 그룹 내 자금 지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SK팜테코가 비만치료제로 숨통을 텄을 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만치료제 성분인 펩타이드 시장 자체가 비만치료제 열풍으로 급격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거나, 인도와 중국 등 한국 외 다른 지역에서 더 낮은 가격에 CDMO 서비스를 공급한다면 SK팜테코가 공장 활용 방안을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벤처투자(VC)업계 한 관계자는 "펩타이드 시장이 커진 이유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 여러 비만치료제가 출시되며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비만치료제 특허가 종료돼 복제약이 쏟아지거나 각국 정부의 의약품 가격 인하 압박으로 가격이 낮아지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펩타이드 공장을 다른 영역에서는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