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 시 IMM PE 지분 50% 가능성…지배력·엑시트 전략 변수
시장 “일부 소각 불가피”…업황 부진에 반등 모멘텀도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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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3차 개정안 추진에 속도가 붙으면서 국내 상장사 중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 중 하나인 한샘도 대응 마련에 나섰다. 전체 지분의 30%에 육박하는 자사주 처리 방안을 두고 내부 검토에 나선 가운데 자사주 처리 방향에 따라 최대주주 IMM PE의 지배력과 엑시트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샘 및 한샘의 최대주주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회사 전체 지분 29.46%에 해당하는 자사주 활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를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3차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미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 의무 대상으로 삼는 ‘소급 적용’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 논의의 기본 전제다.
다만 기업들은 앞으로 자사주 활용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전 정리’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을 위해 외부 컨설팅을 의뢰하고, 내부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리 자사주 기반 EB(교환사채) 발행에 나서기도 했지만 현재는 EB 발행은 사실상 제동이 걸린 상태다.
현재 기준 상장사 중에서 한샘은 자사주 비중이 상위권에 해당한다. 롯데지주가 지난해 약 32%를 보유했으나 올해 6월 자사주 5%를 롯데물산에 매각해 현재 자사주 비율을 27.5%로 낮췄다. 롯데지주는 현재 약 10% 수준의 추가 매각 혹은 일부 소각을 검토 중이다.
한샘의 자사주 이슈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일정 부분 소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다만 한샘 및 최대주주 측은 현재까지는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비중이 높은 만큼 ‘일시에’ 자사주를 처리하기는 어렵고, 법제화에 맞춰 일부 활용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자사주를 일시에 처리해 현금을 확보하려면 당장 재무 개선 목표나 신사업 투자 등 명확한 용처가 있어야 하는데, 당장은 그러한 상황은 아니라는 평이다.
IMM PE는 2021년 한샘 경영권 지분 27.7%를 1조4513억원에 인수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해 당시 주가의 두 배 수준인 주당 22만1000원에 인수 가격이 책정됐다. 인수 과정에서 대주단으로부터 8200억원가량의 인수금융을 조달했고, 인수 직후 주가가 폭락해 4만원대까지 밀리자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서 LTV가 치솟았다.
이에 대주단과 협의를 통해 지분을 추가 취득하는 방식으로 LTV를 낮추기로 했고, 2023년 IMM PE는 1000억원 규모의 공개매수에 나서 지분을 36%까지 끌어올렸다. 이때 IMM PE는 주당 5만5000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했는데, 한샘이 직접 청약해 자사주를 일부 매각한 바 있다. 당시 주주들 사이에서는 한샘이 7만원대에 매입한 주식을 이보다 낮은 가격에 최대주주에 되팔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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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샘의 주가는 4만원대 중반을 보이고 있다. 현 수준에서는 단기간 내 IMM PE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주가 부양이 필요해지면서 IMM PE가 자사주 소각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만약 자사주가 전량 소각되면 IMM PE의 지분율은 50% 수준에 달할 수 있다. 지분을 과반 이상 확보하면 향후 경영권 매각이 용이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상장사 M&A에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점도 고려된다. 다만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실제로 IMM PE 측의 엑시트를 용이하게 할 것인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도 많다.
한샘은 건설경기 침체 지속과 소비심리 위축까지 겹치면서 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한샘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6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6.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4414억원으로 2.8% 감소했으며 순손실은 5천만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주가 반등 모멘텀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소액주주 등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가 회복을 바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내년에도 영업환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는 “입주물량 축소, 주택거래량 축소,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리모델링 및 가구 소비여력 축소로 동사 실적 정상화 시점 지연은 불가피하다”며 “외형 성장 둔화 시 이익률 개선 효과는 감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증권 리서치는 “30%에 육박하는 자사주 소각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위축된 소비심리, 주택경기 침체 등 복합적인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본업 측면에서는 단기적인 주가 상승 모멘텀이 뚜렷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한 PEF 관계자는 “PEF마다 ‘아픈 손가락’은 하나씩 있지만, IMM이 한샘을 어떻게 엑시트할 것인지는 업계의 주요 관심사”라며 “자사주 처리 등 상법 개정에 맞춰 어떤 경영 전략 변화를 줄 수도 있는데, 업황도 그렇고 회사 자체의 반등이 쉽지 않으니 여러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