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공적 방식의 유암코 언급
MG는 후보자 공약으로 제안
정치권 흔들기에 정부 결단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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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마감된 홈플러스 본입찰에 한 곳도 응하지 않으면서 청산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오는 29일 예정된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을 앞두고, 유암코와 새마을금고의 이름이 새로 등장했는데 역시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흔들기 속에서 결국 정부의 결단에만 눈이 모이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면서 유암코(UAMCO·연합자산관리) 등 공적인 구조조정 회사를 통해 홈플러스의 채무구조를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채무가 조정된 홈플러스를 전문 유통경영이 가능한 회사가 인수하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직접적인 언급에도 유암코 투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유암코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채권(NPL)을 정리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인 만큼, 홈플러스 회생에는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보유 부동산이 많은 홈플러스 특성상 유암코보다는 캠코(KAMCO·한국자산관리공사)를 활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유암코는 부실채권 정리가 목적인 기관인데, 홈플러스는 부실채권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캠코, 산업은행과 비교해 (유암코가) 정부가 선택하기에 부담이 덜한 선택지인 것은 맞지만, 사실 홈플러스 경우에서 유암코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공적 구조조정 기관이 들어온다면 유암코보다는 캠코가 담보권자로 들어오는 것이 맞다"면서 "캠코가 은행 등이 가진 담보권을 취득한 후, 상환기간을 늘려주고 이자율을 낮춰주는 방식의 회생계획안을 제시하면 보다 융통성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유암코의 결정권자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상돈 유암코 대표의 임기는 지난 9월까지였으나, 아직 새로운 대표가 선임되지 않아 직위를 이어가고 있다. 또 시중은행들이 출자한 배드뱅크라는 측면에서 각 은행들마다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어 정치권의 압박이 있다하더라도 홈플러스 회생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이다.
새마을금고는 자발적으로 홈플러스 인수 계획을 들고 나왔다. 오는 17일 치러지는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낸 장재곤 후보자는 홈플러스의 하드웨어와 새마을금고의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한국 유통·금융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장 후보자는 새마을금고를 'MG소상공인 은행'으로 브랜드 및 기능을 재편하고, 홈플러스를 인수해 'MG소상공인 마트'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홈플러스 인수에 1조5000억원에서 2조원가량이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1조2000억원을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출자하고 약 5000억원은 회원을 대상으로 '국민주 공모' 형태의 펀드를 조성해 조달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장 후보자 측은 "회계법인의 자문을 받고 선언한 것"이라며 "새마을금고중앙회장으로 당선되면 홈플러스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선거에는 장 후보자를 비롯해 현 회장인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과 유재춘 서울축산새마을금고 이사장 등이 출마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실적으로 장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가운데,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후보자 개인의 의견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회는 "홈플러스 인수는 장 후보자의 개인적인 구상"이라며 "내부적으로 검토하거나 논의된 바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만에 하나 새마을금고의 홈플러스 인수가 추진된다 하더라도 또 다른 법적 장벽이 예상된다. 상호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는 '은행' 명칭 사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앞선 정치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가 인수할 경우 법 개정을 해야 한다"면서 "금융사업이 하고 싶다면 현재의 행정안전부 감독 체제에서 금융위원회로의 이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제출일까지 적합한 인수자가 등장하길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인수 후보자로 언급되는 곳마다 난색을 표하고,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이 나온다. 결국 정부가 언제 어떤 결단을 내릴 지에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회생절차 기한이 최대 1년 6개월인 점을 감안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가 개입할 것이란 기대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 차원에서든 새마을금고의 회장 선거를 위한 사내 정치차원에서든 홈플러스 M&A가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