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동거는 PEF 회수거래…내년 유동성 장세 기대감?
입력 2025.12.05 07:00
    연말 들어 회수 본격화하는 거래 늘어나
    때 돼서 나온 매물들…시기 나쁘지 않아
    해외 투자자들 한국에 다시 관심 드러내
    내년 국민성장펀드 등 유동성 확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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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사모펀드(PEF)들의 투자회수 움직임이 다시 잦아지는 모습이다. 지난 2년과 달리 내년엔 투자 시장의 유동성이 많을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PEF들이 쏠쏠한 회수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모인다.

      작년과 올해는 PEF가 회수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아니었다. 금리 인하 기조에도 국내외 정세 불안, PEF 업계에 대한 평판 악화 등 걸림돌이 적지 않았다. 매각 실패의 낙인이 찍힐까 물밑에서 조심스레 진행하거나 시기를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 PEF간 거래는 늘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다시 회수 움직임이 여럿 나타나는 분위기다.

      EQT파트너스는 4분기 들어 애큐온캐피탈 매각을 본격화하고 있다. 외국계 IB 두 곳을 선정해 잠재 원매자들과 접촉 중이다. 지난 수년간 계속 잠재 매물로 꼽혔었는데 이번엔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앤컴퍼니는 케이카 관련 금융서비스를 하는 케이카캐피탈을 매물로 내놓고 원매자들과 개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도 회계법인을 통해 기업과 PEF들을 대상으로 인수 의향을 묻고 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어프로티움 매각 속도를 내고 있다. 어펄마캐피탈은 일본 면세점 기업 JTC 매각을 위해 잠재 투자자와 접촉을 늘리는 중이다. 이 외에도 올해 매각을 추진했거나 가능성이 거론됐던 자산 상당수가 내년 M&A 시장에 다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PEF는 투자와 회수가 본업이니 특별하게 볼 것은 아니다. 나온 매물 중 펀드 만기가 목전이거나, 이미 여러 차례 시장의 문을 두드렸던 자산이 적지 않다. 출자자(LP)들은 점점 회수 성과를 강조하고 있으니 운용사가 새 펀드를 결성하려면 회수 성과가 필수다.

      VIG파트너스는 지난달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촌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오토플러스도 회계법인을 통해 복수의 기업에 투자안내서를 발송했다. 유영산업은 동종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매각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올해 만기를 연장한 3호 블라인드펀드의 자산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LP 입장에선 최근 주식 대비 PEF 등 대체투자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며 "한동안 회수 성과가 뜸했기 때문에 운용사에 포트폴리오 매각을 독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내놓을 때가 돼서 진행하는 건들이 많다는 것인데, 시기적으로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 계엄사태 후 투자 기피 지역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이제는 시장 안정, 제도 개선, 한류 확산 등으로 다시 해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 나온 매물 중 국내 1등 사업자거나 K컬처와 관련된 자산들은 충분히 해외서 후한 몸값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내년 국내 투자 시장엔 유동성이 풍부할 것으로 점쳐진다. 주요 LP와 금융사들은 지난 2년간 각종 사고와 규제, 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주춤한 행보를 보였는데 내년엔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정부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국민성장펀드 효과도 무시하기 어렵다. 목표 규모 150조원, 단군 이래 최대 관제펀드다. "내년에 펀드를 결성하지 못한 운용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민성장펀드는 AI와 반도체, 모빌리티, 이차전지, 에너지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을 아우른다. 시장 참여자들은 '투자 아이템'을 찾느라 분주하다. PEF 포트폴리오 매물도 이런 테마와 연결시킬 수 있다면 내년에 회수 성과를 내기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시장이 잠잠했지만 내년은 유동성이 풀리면서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PEF 운용사들도 자산들을 정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