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BC카드, 결제망 분리 가속화…무색 무취의 '독자카드' 경쟁만 심화
입력 2025.12.05 07:00
    결제망 재편 과정 양사 ‘독자카드’ 승부수
    특별한 차이점은 안보이고
    일부 고객들 디자인 등 불편 호소하기도
    비용 증가·고객 반발 속 생존 전략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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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리카드가 BC카드와의 결제망을 떼어내며 독자노선을 선언했고, BC카드 역시 독자카드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회사가 동시에 독자생존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과연 "살아남기 위한 선택인가, 더 큰 위험인가”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올해 3분기 우리카드 순이익은 1061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급감했다. 카드론 중심 영업 구조에 따른 대손비용 상승과 판관비 증가가 발목을 잡았다. 3분기 누적 대손비용(3830억원)이 11.0% 증가한 데다, 판매관리비(2270억원)가 6.6% 늘어나면서 순익이 감소했다.

      여기에 독자결제망 구축으로 투입된 비용으로 단기 실적 부담은 더욱 커졌다. 실제로 우리카드는 2021년부터 독자가맹점 시스템 구축에 나서며 독자카드 매출 비중을 약 20%까지 끌어올렸지만 수익성 개선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진성원 우리카드 사장이 취임하면서 야심차게 선보인 대표 상품 ‘카드의정석2’는 업계 최고 수준인 1.2% 상시 할인 혜택으로 주목받았지만, 높은 혜택 구조는 다시 비용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고객 불만도 있다. 고령층 고객을 중심으로 “왜 굳이 기존 카드를 바꿔야 하느냐”,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반응이 반복된다. 즉, 독자망 구축이 고객 경험 개선과 직결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우리카드가 결제망을 이탈하면서 BC카드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BC카드는 그동안 국내 카드사들의 결제망을 운영하며 ‘보이지 않는 거인’으로 자리 잡았지만, 주력 고객 이탈은 그대로 실적 압박으로 이어진다. 매출의 80%가 결제망 서비스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BC카드는 독자카드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마케팅·데이터 분석 등 부가서비스 강화, 비자·마스터 모델을 향한 해외시장 진출 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놓았지만 시장 평가는 냉정하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BC카드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비자·마스터 수준으로 성장하기까지는 규모·브랜드·정산 시스템 측면에서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지금은 과도기이며, 시장은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불안정한 구조를 감내해야 한다는 뜻이다. 두 회사 모두 “독자카드”를 외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BC카드는 우량 고객 이탈을 막아야 하고, 우리카드는 판관비 증가·대손비용 부담을 버텨내야 한다고 평가한다.

      최원석 BC카드 대표가 4연임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독자카드 전략의 성패는 단순한 사업 전략이 아니라 경영진 성적표가 되어가고 있다.  진성원 우리카드 사장은 취임 첫해부터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나 스테이블코인 등 결제시장 판도 변화 속에서 양사 CEO의 독자카드 경쟁이 고육책이란 평가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 카드업은 전통적 확장 전략이 통하지 않는 시장이다"라며 "독자카드가 ‘독립’이 될지 ‘고립’이 될지는 결국 얼마나 빠르게 수익 모델을 재정의하느냐에 달려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