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손에 쥔 송창현 사장의 퇴진…현대차, 답없는 자율주행에 수업료만 수조원
입력 2025.12.04 15:20
    취재노트
    현대차 자율주행 수장 송창현 사장 사의
    송 사장, 포티투닷 매각으로 1500억 이상 회수
    정의선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로 최고 실세로 부상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42dot에 조 단위 투자
    송 사장 퇴진 후 현대차 자율주행 주력 기술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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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2022년 현대차그룹의 '포티투닷(42dot)' 인수는 그룹의 지분 투자부터 경영권 인수까지, 완성차 생태계 내에서 현대차의 스타트업 투자 사이클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남양연구소를 비롯해 기술력을 인정받는 연구개발(R&D) 조직이 건재했음에도, 정의선 회장은 외부 업체에 그룹의 미래를 맡겼다. 소프트웨어(SW)에 집중해 그룹의 체질을 소프트웨어중심(SDV)으로 전환하겠단 비전을 발표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드러냈다.

      정의선 회장과 송창현 대표와의 인연으로 시작돼 현대차는 4200억원을 들여 포티투닷 경영권을 인수했다. 최대 수혜를 본 인물은 단연 송 대표였다. 송 대표는 구주매각을 통해 1500억원이란 현금을 손에 쥐었다.

      현대차가 포티투닷을 인수하기 1년 전, 그룹은 전사의 모빌리티 기능을 총괄하는 'TaaS(Transportation-as-a-Service)'본부를 신설해 송 대표에게 사장 직함을 부여했다. 당시만해도 송 사장이 포티투닷의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던 상황이었는데, 외부 인사가 현대차의 사장 직함을 부여 받은 전무후무한 사례로 기록돼있다. 현대차그룹은 외부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정 회장의 재가로 파격적인 대우를 받은 송 사장은 그룹의 핵심 중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정 회장의 의중(?)과는 달리 그룹에 오랜시간 몸 담았던 임직원과 외부 전문가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당시 현대차 자율주행의 핵심은 라이다(LIDAR), 즉 펄스 레이저를 통해 주행중 주변 모습을 정밀하게 그려내는 장치가 주력이었다. 송 사장의 포티투닷은 카메라와 레이더를 이용해 자체 기술로 구현하는 경량화 지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과거의 현대차의 주력 기술과는 궤를 달리했다. 

      그룹의 역량을 포티투닷 중심으로 이동한다는 건, 결국 현대차 자율주행의 핵심 기조를 완전히 뒤바꾸겠단 의도로 여겨졌다. 그렇다고 포티투닷이 이미 자율주행 시장에 패권을 쥐고 있던 테슬라, 또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기업들을 기술적으로 압도할 만한 경쟁력을 인정받는 상황도 아니었다.

      현대차가 포티투닷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투자한 4200억원은 사실 그룹에 부담이 될만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미래차 시장의 패권을 좌우할 핵심 기술의 방향성과 맞닿아있는 문제에서 핵심 임원들과 주요 실무진들조차 명확한 청사진을 인지하지 못했단 점이 당시 가장 큰 논란거리였다. 내부 임직원들과 외부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룹의 기조를 전면 재수정해야하는 사업적 부담과는 별개로, 송 사장 스스로 그룹 내부적으로 융화하지 못했단 점도 회자하고 있다.

      송 사장은 사내 고별 메시지를 통해 "거대한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DNA를 심고 단순히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닌 AI 디바이스를 만들겠단 무모해보이던 도전은 그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았고 순탄치 않았다"며 "테크 스타트업과 레거시 산업의 회사 사이에서 수도 없이 충돌했다"고 회고했다.

      애초 TaaS 인력들을 포티투닷으로 이동하는 작업에서부터 임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었다. 가뜩이나 기술력을 의심 받는 시점, 그리고 SDV로의 대전환이란 명제에 대해 임직원들조차 완벽히 체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송 사장은 현대차를 대표하는 인물로 각종 외부 행사에 등장했고, SDV로 앞세워 그룹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인사로 부상했다. 

      그러다보니 하드웨어 중심으로 그룹 내 잔뼈가 굵은 핵심 임원들과 송 사장의 유기적인 관계가 구축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질 않았던 게 사실이다. 현대차그룹의 조직 문화가 경직돼 있는 점도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송 사장과 달리 현대차에 영입된 전문가들 가운데는 빠른 시일 내 입지를 다지고 자리를 잡은 인사들도 적지 않다.

      현대차그룹이 4200억원을 들여 포티투닷을 인수하고, 정의선 회장이 직접 삼고초려해 송 사장을 그룹의 핵심 조직의 수장으로 임명한 결과물은 아직도 증명되지 않았다. 

      현대차는 초기 투자와 경영권 인수, 유상증자 등을 통해 포티투닷에 이미 1조5000억원 이상이 투입했지만 손에 잡히는 실증 사업이 이뤄지기까진 갈길이 멀다. 물론 막대한 돈을 벌기 위한 회사는 아니지만, 포티투닷은 조 단위 투자가 이뤄진 몇 안되는 회사이면서 동시에 현대차가 경영권을 가진 기업들 가운데 가장 큰 수준의 적자(2024년 말 1750억원 순손실)를 기록하는 회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정의선 회장의 복심 중의 복심으로 불리던 송 사장은 회사를 떠나며 "포티투닷(42dot)은 단순히 직업으로서 다니는 회사가 아니라 기존 이동의 패러다임을 깨부수기 위해 모인 엔지니어(engineer)들의 집합체란 사실을 꼭 기억해 달라"고 했다.

      이번 송 사장의 퇴진이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확보하려던 정의선 회장의 전략 실패로 봐야할지, 아니면 단순한 용병술의 실패로 여겨질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송 사장에겐 막대한 부와 현대차 사장 출신이라는 커리어는 남았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정의선과 현대차그룹은 막대한 수업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율주행' 패권 경쟁에서의 성공 방정식을 풀어내지 못했단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