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2기 슬로건은 '자긍심 회복'…성과 대비 낮은 비은행 여전히 '숙제'
입력 2025.12.08 07:00
    '일류 신한'에서 '자긍심 회복'으로…성과 이면에 숙제
    비은행 부진 뚜렷…질적 성장 강조했지만 경쟁력 격차 여전
    AI·스테이블코인 외쳤지만 규제·보안이 발목…디지털 실행력 시험대
    창업정신·재일교포 주주 부각…'내부 결속 강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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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금융그룹이 5일 진옥동 회장의 연임을 사실상 확정하며 '2기 진옥동 체제'에 들어섰다. 진 회장은 1기 체제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끌어냈지만, 비은행 부문의 취약성과 약화된 조직 정체성이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그는 최종 면접에서 디지털 전략 및 비은행 강화, 포용금융, 신한정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2022년 1기 면접에서 '일류 신한'을 위한 내실 다지기가 화두였다면, 이번에는 '자긍심 회복'을 내세우며 그룹의 근본 경쟁력 재정립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회장은 최종 면접에서 비은행 부문의 성장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금융은 진 회장 취임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두 배 이상 끌어올렸지만, 지난 3분기 비은행 순이익 비중은 29.4%로 KB금융(37%)에 뒤처진다. 특히 신한카드가 삼성카드에 업계 1위를 내준 데다, 신한EZ손해보험은 출범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그룹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 직전 임직원들에게 SK하이닉스 관련 서적인 '신뢰 게임'을 배포한 것 역시 이 같은 인식의 연장선상으로 분석된다. 해당 도서엔 만년 2위였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리딩컴퍼니로 거듭난 과정이 담겨있다. 이 책은 내년 1월 용인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열리는 신한 리더십 포럼의 주제 도서이기도 하다.

      단기 실적 중심의 손익계산서(PL) 경영이 아니라 밸런스시트(BS) 중심의 '질적 성장'에 더욱 방점을 두는 모습도 엿보였다는 분석이다. 회추위 다음 날 단행된 자회사 CEO 인사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라이프에는 재무 책임자 출신인 천상영 부사장을 신규 추천했고, 자산운용에는 국민연금 출신 이석원 전 부문장을 선임 후보로 올렸다.

      그룹의 최우선 아젠다로는 '자본시장'이 꼽혔다. 정부가 담보 중심 영업 관행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여온 데다 생산적금융이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정부와의 보폭을 맞추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면접에서는 디지털 사업에 대한 포부도 강조됐다. 진 회장은 지난 8월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ERP뱅킹, 스테이블코인, AI 에이전트를 핵심 디지털 키워드로 직접 제시한 바 있다. 실무진들 사이에서는 "진 회장의 디지털 이해도가 실무보다 오히려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땡겨요' 플랫폼 일부 결제에 스테이블코인 기반 POC(기술검증) 적용을 검토하는 등 초기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은 법제화 논의가 이제야 속도를 내는 단계이고, 최근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AI 에이전트의 적극적 적용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혁신과 보안을 얼마나 조화시킬 수 있을지가 진 회장의 또 다른 과제가 될 전망이다.

      신한금융 회추위 한 관계자는 "AI 확산으로 전통적 금융업의 구조 자체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진 회장이 다른 후보들보다 깊게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진 회장은 금융기관이 필요 없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큰 그림을 제시하며 기술 적용 속도를 높이고 타 산업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임베디드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면접에서 '신한 정신'을 바탕으로 한 창업자 정신을 강조하면서 재일교포 주주들의 마음을 얻는데도 힘썼다. 진 회장은 일본 오사카지점장, SBJ은행 법인장 등을 지낸 '일본통'으로 신한금융 지분 약 15% 안팎을 보유한 핵심 주주인 재일교포들의 신임이 높다.

      곽수근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은 4일 회추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낙후돼 있던 시절, 재일교포들이 일본의 앞선 금융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하며 금융 선진화를 이끌었다"며 "그 과정에서 형성된 신한의 혁신적 문화가 많이 희석된 만큼, 진 회장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신한 정신'을 다시 확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