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 인가·지주 인사 전략까지 연임 판단 변수로
윤병운 대안 부재 속 금융지주·중앙회 선택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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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를 결정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내달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IB부문 고위 임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이라는 대형 악재로 인해 내부 후보군을 추리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가운데, NH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얼마나 닿을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 이사회는 이르면 내달 중순 첫 임추위를 열고 차기 CEO 경영승계를 위한 절차를 시작할 전망이다. 윤 사장의 연임 여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며 경쟁사들처럼 임추위 일정을 다소 앞당기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일단은 기존 일정대로 진행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내부 후보군을 어떻게 추리느냐라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NH투자증권 임추위는 현직 사장 및 사업부 대표급에서 내부 후보를, 외부 평판 조회를 통해 외부 인사를 3~4배수로 확보해 선정 절차에 들어간다.
이번에 사건에 연루된 고위 임원이 사업부 대표급 인사인데다, 윤병운 사장과 30년 가량 호흡을 맞춰 온 핵심 임원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는 후문이다. 내부에서는 해당 임원이 윤 사장의 차기 후계자로까지 거론됐던 만큼,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인 일탈로 치부하긴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장 영업에도 일부 차질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해당 의혹이 불거진 이후, NH투자증권과 공개매수 계획을 논의하던 일부 기업들이 추진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진행된 15건의 공개매수 중 11건을 NH투자증권이 대리할 만큼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왔지만, 의혹 제기 이후 신뢰도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공개매수를 통해 거래의 물꼬를 튼 뒤 인수금융·브릿지론 등으로 수익을 확대해온 기존 영업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지며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한 상태다.
실적만 놓고 보면 NH투자증권은 올해 사상 최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23억원, 74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30% 증가했다.
윤병운 사장이 공을 들여온 WM사업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로커리지·자산관리·투자은행(IB)·운용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낸 결과라는 평가다. 같은 기간 자산관리의 핵심 지표인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 수도 1만3000명에서 1만7000명으로 31% 늘었다.
올해 초 이사회 및 임추위 위원 구성이 바뀐 점이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NH투자증권 임추위에는 NH농협은행 출신으로 NH농협손해보험 부사장을 역임한 문연우 비상임이사가 소속돼있었다. 그룹의 의중이 문 이사를 통해 임추위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다.
올해 사외이사진이 개편되며 임추위도 구성이 크게 바뀌었다. 임추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 농수산식품비서관 출신인 민승규 세종대 석좌교수가 맡았고, 올해 3월 신규 선임된 서은숙 사외이사(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와 8월 신규 선임된 송규종 사외이사(대륙아주 파트너변호사)가 임추위에 소속돼있다.
그룹에서 지명한 문연우 비상임이사 없이 사외이사 3명으로만 임추위가 구성된만큼, 이전보다 독립성이 강해진 임추위가 구성됐다는 평가다. 임추위 소속 사외이사 3명이 모두 윤 사장 임기때 선임됐다는 점 역시 특기할 사항으로 꼽힌다.
농협중앙회 차원의 인사 원칙이 NH투자증권에 어느 수준으로 적용될지 역시 변수다. 최근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계열사 임원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 기조를 내세웠다. NH투자증권이 현 정부의 '금융범죄 패가망신' 2호 사건의 주 무대가 되며, 중앙회가 윤 사장을 교체할 명분을 얻은 게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강 회장 본인의 뇌물수수 및 보은 인사 논란 관련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중앙회가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과정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 사장을 대체할 만한 후임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 역시 언급된다. 윤 사장은 정영채 전 대표와 십수년간 호흡을 맞추며 NH투자증권의 IB 성장을 이끌어온 인물로, 내부에서도 후계 구도는 IB라인 중심으로 짜여 왔다.
차기 IB1사업부 대표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형진 본부장 역시 전임 후보군과 견줄 만큼 역량은 인정받지만, 대표이사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후임으로 거론되던 고위 임원이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에 휩싸이며 사실상 후보군에서 제외된 만큼, ‘포스트 윤병운’의 공백이 더욱 뚜렷하다는 평가다.
NH투자증권 내부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올해 핵심 과제인 IMA 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앙회와 지주를 설득해 6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까지 단행한 만큼, IMA 인가 여부는 윤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차기 사장 선임 절차가 본격화되기 전 인가 여부가 결정될 경우 지주와 임추위 판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앙회는 '겨를'이 없고, 증권에는 '마땅한 후계자'가 없다는 점이 현재 CEO 후계 구도의 두 축이라고 볼 수 있다"며 "IMA 인가를 위해 중앙회 및 지주에서도 상당한 공을 들인만큼, '명분'이라는 면에서 IMA 심사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가 가장 큰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