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자본시장 이해도 높은 부행장들 중용 가능성
수석부행장 누가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
계열사들 CEO들도 대거 교체 가능성 거론
부행장들 연말 인사 훈풍 기대감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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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산업은행 고위급 인사엔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인사 적체에 고위급이 갈 만한 자리도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올해는 계열사 사장 자리 세 곳이 나고 국민성장펀드 담당 부행장 자리도 새로 생긴다. 수석부행장 교체 가능성도 있다. 기존 부행장은 물론 부행장 승진을 노리는 인사들에게도 호기가 될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국민성장펀드 출범에 맞춰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부문장(부행장) 인사를 확정할 예정이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취임 후 첫 부행장 인사다. 국민성장펀드부문장은 공식 직급은 부행장이지만 사업 성격과 예산 규모를 감안할 때 수석부행장급 역할을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이재명 정부의 대표 정책 중 하나로, 대규모 정책자금을 통해 첨단산업·기술기업·전략산업에 대한 투자 및 대출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는다. 산업은행 내에서도 정부 국정과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사업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신혜숙 혁신성장금융부문장이나 김사남 벤처금융본부장 등 관련 투자 업무를 하는 중량급 인사가 국민성장펀드부문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단순 대출보다는 투자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출신으로 내부 사정에 밝은 박상진 회장이 업무 역량과 정무 감각 등을 살펴 인선을 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은 현재 수석부행장(전무) 아래 9명의 부문장이 있다. 사업 부문 축소나 부행장 겸직 등으로 7명의 부문장이 활동할 때도 있었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부문장이 1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성장금융부문장과 함께 다른 부문장 인사가 함께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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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관계자는 “10일 이전에는 국민성장펀드부문장 인선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다만 다른 부문 부행장 인사가 동시에 단행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수석부행장 교체 여부다. 현재 김복규 수석부행장은 2023년 취임해 임기 3년을 거의 채워가고 있다. 수석부행장은 회장을 보좌하며 인사·전략·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자리로, 정권 교체 이후 새 국정철학을 반영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산업은행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에서 산은의 정책 금융 기능과 역할이 크게 바뀌고 있는 만큼 수석부행장도 교체될 것”이라며 “현직 부행장 중에서 승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행장은 3년 임기를 채운 후 계열사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3년차 부행장보다는 임기 2년차를 지나고 있는 서동호 자본시장부문장, 이봉희 기업금융부문장, 박찬호 리스크관리부문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들 중 한 명이 수석부행장으로 발탁된다면 부행장 직무 연쇄 이동이 일어나고, 부문장급 인사가 승진할 자리도 하나 생기게 된다.
산업은행 안팎에서도 누가 수석부행장 자리에 오를지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업무 능력, 내부 평가, 대외 네트워크 등을 거론하며 득실(?)을 따지기도 하는 분위기다. 국민성장펀드와 협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업무 역량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회계법인 파트너는 “국민성장펀드는 사실상 산업은행의 핵심 전략사업이기 때문에 기업여신 구조, 정책 투자, 자본시장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필요하다”며 “수석부행장과 펀드부문장 모두 이런 역량을 갖춘 라인이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3년차 부행장들에게도 올 겨울은 그리 춥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인베스트먼트는 사장 임기 3년을 거의 채웠고, 산은캐피탈과 산은인프라자산운용은 부사장과 사장을 합쳐 3년째 임기를 지나고 있다. 주요 계열사 사장이 모두 날 것으로 예상되는 터라 갈 곳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KDB생명 대표 자리가 날 수도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수년간 부문 축소, 비금융 관리회사 정리 등으로 고위 인사가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강석훈 전 회장 재임기엔 퇴임 부행장의 행선지를 마련하기 위해 고육책으로 계열사 임원 임기를 2년으로 줄이기도 했다. 계열사 이동 없이 퇴임하거나 새 자리가 날 때까지 몇 달을 기다리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성장펀드 부문 신설은 고위 인사들에게 추가적인 ‘안전판·완충지대’가 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부행장들에게는 오랜만에 기회의 문이 열린 셈”이라며 “무게감 있는 부행장 자리가 하나 더 생긴 만큼 인사 구도에서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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