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해운 진출, 동원은 종합물류 꾀해
산은, 민영화 추진 전 움직임에 불편 기류
'부산 이전' 대통령 공약 뒤에 본격화할 듯
-
내년 HMM 민영화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포스코그룹과 동원그룹이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각각 해운업 진출, 물류 사업 확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슈를 선점하려는 분위기다. 다만 본격적인 매각 및 인수 움직임은 해양수산부와 HMM의 부산 이전이 마무리 된 후에야 나타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일 산업은행은 '금융자산 평가 용역 공고'를 냈다. 보유하고 있는 HMM 주식 3억3413만여주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사업 기간은 내년 2월 말까지다. 내년 민영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리 정지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상진 산업은행장도 지난 9월 취임하며 HMM 민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비슷한 시기 포스코그룹은 외부 자문을 받아 HMM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포스코홀딩스는 9월과 10월 "그룹사업과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지를 검토하는 수준이며 인수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내용의 공시를 잇따라 냈다.
최근엔 동원그룹도 HMM 인수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 회장이 HMM 인수를 검토하라 지시했고 이에 내부 스터디 차원의 조직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인수전 실패의 아쉬움을 달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포스코는 HMM 인수 시 숙원인 해운업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다. 다만 해운업계가 '해운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포스코의 HMM 인수를 반대해 온 것은 변수다. 해운법 개정이 쉽지 않다 보니 인수 의지가 크다기보다 내부 사정상 눈을 돌릴 수단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동원그룹은 기존 물류, 항만에 해운업까지 아우르는 종합 물류회사로 도약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매각 당시 하림그룹에 2000억원 차이로 밀렸던 아쉬움을 달랠 기회기도 하다. 다만 자금력이나 업황 부침에 따른 대응력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최근 HMM 시가총액은 19조원 수준을 오가고 있다. 9월말 기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지분율은 각각 35.42%, 35.08%다. 해양진흥공사의 지분 보유 의지가 강한 가운데 산업은행만 지분을 판다 해도 시가로 7조원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10조원 가까운 금액이 될 수도 있다.
한 해양업계 전문가는 "포스코는 오래 전부터 HMM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제반 여건상 쉽지 않다"며 "동원그룹은 기존 항만 사업도 운영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HMM 인수까지 생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포스코그룹과 동원그룹의 행보가 썩 달갑지 않은 눈치다. 아직 HMM 매각 논의가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인데 정부 당국으로부터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실제 두 기업은 아직 산업은행과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HMM 민영화를 위한 선결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다.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와 HMM 등의 부산 이전을 마친 후에야 민영화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HMM 등 주요 해운사의 부산 이전도 언급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부산 이전 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후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등도 내년 상반기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핵심인 HMM의 부산 이전은 걸림돌이 많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년 1월 중 HMM 부산 이전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는데 노조는 명분 없는 이전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책은행과 공사가 절대 주주라도 적잖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아직 HMM 민영화 논의를 하기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HMM 민영화는 해수부가 부산으로 옮겨가고, HMM 이전 로드맵이 나오고, 노조 동의를 얻은 후 주주총회 특별결의까지 얻은 후에야 논의해볼 사항"며 "산업은행 입장에선 대통령 공약 사항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밖에서 먼저 검토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