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상법개정안, '기존 자사주 6개월 유예' 놓고 여권 막판 고심
입력 2025.12.09 07:00
    자사주 규제 강화 속 '기존 물량 정리'가 핵심 쟁점
    정책 취지 유지하되 완충장치 필요…여권도 고심중
    입법 과정서 수정 가능성…법사위가 사실상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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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자사주 의무 소각을 핵심으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주도로 발의되면서 연내 국회 통과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는 법안의 '마지막 변수'로 꼽히는 기존 보유 자사주의 유예기간을 두고 막판까지 고심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법안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현행안이 규정한 기존 자사주에 대한 '6개월 유예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현실론이 당·정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는 지난 11월 말 회사가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규 취득분은 원칙적으로 1년 내 소각하며, 임직원 보상 목적 등 예외적 보유는 주주총회 승인을 조건으로 허용하는 방식이다.

      쟁점은 법 시행 이전에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다. 개정안은 기존 자사주에 대해서도 법 시행일부터 18개월 안에 소각하도록 했다. 구조를 뜯어보면 '시행일 + 6개월 추가 유예 + 1년 소각'으로, 사실상 소각 의무가 발생하는 시점으로부터 6개월의 조정기간만을 인정한 셈이다.

      연내 처리를 공언한 여당의 드라이브는 거센 편이다. 여당 원내지도부는 연일 당·정·청 회의에서 3차 상법개정안을 '자본시장 신뢰 회복'과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한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연내 통과를 못 박고 있다.

      재계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자사주 의무 소각이 투자여력 축소와 재무구조 악화를 초래한다"라며 성명을 잇따라 내고 있고, 개별 그룹들도 대관라인을 통해 "유예기간이 너무 짧다"는 의견을 여권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간 축적한 자사주를 단기간에 소각해야 할 경우, 자본 잠식 우려와 배당 여력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롯데그룹은 이번 개정안의 '최대 직격탄'으로 언급된다. 롯데지주의 경우 전체 발행주식 수의 30%대에 육박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현행안대로 통과될 경우 2027년 중반까지 상당량을 소각해야 하며, 이는 자본 축소와 지배구조 변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여권 안팎에서는 기존 자사주에 대한 소급 적용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권과 가까운 한 운용사 관계자는 "신규 취득분은 1년 내 소각을 강하게 밀어붙이더라도, 수십 년 쌓인 기존 자사주까지 6개월 조정기간만 두고 일괄 소각을 요구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3년 정도는 단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유예를 늘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여권 내 자문 라인에서도 많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이런 현실론을 수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여당 관계자는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관행을 정리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특정 기업은 비중이 너무 높아 충격이 클 수 있다"라며 "법안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유예기간을 조정하거나 단계적 소각 방식을 도입하는 절충안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3차 상법개정안은 발의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이며, 구체적인 조문 심사는 향후 법사위 소위·전체회의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유예기간·소급 적용 범위 등 핵심 조항은 이 과정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단계에서도 일부 조항이 보완되거나 조정되는 사례가 있어, 본회의 표결 전까지는 유예기간 조항 변경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행안이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향후 시행 과정에서 예상보다 시장 충격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후속 입법을 통해 유예기간을 다시 손보는 것도 법적으로는 가능하다. 다만 여권이 강하게 추진하는 규제 패키지의 성격을 감안하면 통과 직후 완화 개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국회 관계자는 "법사위 단계에서 유예기간 등 세부 조정안이 반영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라며 "원안이 그대로 처리될 경우에도 후속 입법은 가능하지만, 정치적 부담을 고려하면 사전에 여야 간 조정이 이뤄지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