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분석 의미 없다" 회의감 확산만
IPO 제도 손봐도 급등락 지속… 효과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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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시장에서 기업가치 분석이 의미를 잃었다는 회의감이 확산하고 있다. 기업의 펀더멘털보다 유통 물량과 당일 수급만으로 주가가 극단적으로 움직이는 사례가 이어지면서다.
신규 상장주의 가격 발견을 강화한다며 제도를 덧대고 조정해온 금융당국의 노력도 실제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 달 동안만 9개 기업이 상장했다. 노타(3일)부터 이노테크(7일), 큐리오시스(13일), 세나테크놀로지(14일), 그린광학(17일), 더핑크퐁컴퍼니(18일), 씨엠티엑스(20일), 비츠로넥스텍(21일), 아로마티카(27일)까지 매주 신규 상장이 이어졌다. 9월과 10월에 각각 1개씩 상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12월에도 9개 안팎의 기업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상장이 몰리자 가격 등락 폭이 급격히 커졌다는 평가다. 특히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움직이며 "기업 분석이 의미 없다"는 자조적 반응도 늘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한 기업의 상장 예정일이 다가오면 물 떠놓고 비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기업가치 분석은 공모주 투자에서 현실적으로 쓸모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례로 반도체 소모성 실리콘 파츠 업체 씨엠티엑스는 기대가 컸던 공모주다. TSMC 1차 협력사에 마이크론 등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한 점과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가 맞물리며 시장 관심이 높았다. 일반 청약에는 13조8622억원의 증거금이 몰리며 올해 코스닥 상장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주가는 시장의 기대감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상장일에는 공모가(6만500원) 대비 117.52% 상승 마감했지만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8일 종가 기준 주가는 8만4200원으로 공모가(6만500원) 대비 수익률이 같은 달 상장한 기업들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노테크와 큐리오시스는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400% 상단에서 형성되며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던 점과 대비된다는 평가다. 8일 종가 기준 이노테크 주가는 3만2450원(공모가 1만4700원), 큐리오시스는 7만300원(공모가 2만2000원)으로 각각 공모가 대비 2~3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화장품 제조·판매 기업 아로마티카는 씨엠티엑스에 비해 투자업계의 큰 기대를 모으진 못했지만, 강세를 보였다. 상장일 공모가가 8000원이었지만 장중 3만1500원까지 뛰며 따따블에 근접했고, 공모가 대비 149%인 1만9920원에 거래를 마쳤다. 8일 종가 기준 주가는 1만8360원이다. 11월 27일 상장 기업이 아로마티카 단 한 곳이었던 만큼 당일 수급이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결국 상장 간격에 따라 단타성 수급이 한 종목으로 몰리거나 상장일 장 분위기에 따라 주가가 출렁이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거래소는 보호예수 기준을 다시 손보며 변동성 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회의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지금까지 여러 제도를 더해 왔지만 공모주 급등락을 실질적으로 완화한 사례는 드물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기관 물량은 보호예수로 잠겨 유동물량이 이전보다 적은데, 공모주가 테마화(化)하다보니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공모주에 직접 참여하는 개인투자자 비중을 줄이지 않는다면 지금 같이 '핫 머니'만 들끓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