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효과 반영 안돼…배당 확대 부담
KB·신한, 연간 DPS 20% 이상 늘려야…하나는 10%
4분기만이냐, 소급되냐…분리과세 적용 시점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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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들이 올해 4분기 배당 전략을 두고 고심을 깊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세부 요건이 주당배당금(DPS)이 아닌 배당총액 증가율을 기준으로 가닥이 잡히면서다.
그동안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DPS를 높여온 금융지주들은 소각 효과가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지만, 총배당액 기준이 적용되면 현금 배당을 실제로 늘려야만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4분기 배당 확대 압력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배당소득 분리과세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제도 적용 기준은 크게 두 유형으로 구성된다. '우수형'은 배당성향 40% 이상 기업, '노력형'은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총액을 10% 이상 확대한 기업이 해당된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을 받기 위해 '노력형' 요건 충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KB금융의 배당성향은 23.6%, 신한금융은 24.5%로 노력형 기준인 배당성향 25%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난해 하나금융의 배당성향은 27.2%로 25%를 초과했고, 우리금융은 비과세 배당 도입을 발표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배당총액 확대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이 총배당액을 기준으로 하면서 다소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다. 배당총액 기준은 자사주소각 효과가 배당 증가로 인정되지 않는다. 소각은 소각대로 하고, 배당은 배당대로 더 늘려야 하는 구조로 돌아선 것이다.
업계도 이때문에 정부가 고배당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를 주목해 왔다. DPS 기준이 채택될 경우, 자사주소각으로 유통주식수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주당배당금이 상승해 요건 충족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새 제도는 직전연도 대비 '올해 배당총액 증가'가 핵심 변수다. 이미 1~3분기 실적과 분기배당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은 남은 4분기 배당만으로 증가율을 맞춰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에 상당한 자본을 투입했는데, 총배당액 기준이 적용되면 지금까지의 주주환원은 '기준 충족'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4분기 배당에서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총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전년대비 10% 이상 배당 확대라는 두 가지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의 2025년 연간 DPS가 전년대비 최소 20% 이상 늘어나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KB금융과 신한지주의 2025년 추정 총 DPS는 각각 4000원과 2650원으로 증가 폭은 전년대비 최소 26%와 23%를 상회할 수 있다"라며 "배당성향 상향시 총주주환원율도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KB금융과 신한지주는 2025년 기준으로도 총주주환원율이 50%를 상회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전년 대비 DPS를 10% 초반 수준으로 늘리면 되는 것으로 분석돼 KB금융이나 신한금융보다 증가율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지난해 DPS가 3600원으로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았던 만큼 동일한 증가율을 적용하더라도 증가액이 크게 나타나, 절대적인 현금배당 확대 규모는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지주들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 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금융지주 한 고위 관계자는 "과징금 등 불확실성 때문에 당기순이익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시장에서 예상하는 이익 기준으로 보면 2025년 현금배당성향이 25%에 근접해 이에 맞추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지주들은 분리과세 적용 대상 배당의 범위가 아직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배당정책과 관련한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꼽았다. 분기배당을 시행하는 금융지주의 경우 '2025년 결산배당 포함'의 의미가 4분기만 포함한다는 것인지, 기존 지급한 1~3분기 배당도 포함하는지에 대한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해당 조건은 2025년 배당금 총액을 갖고 따지는 것이지만, 분리과세 혜택을 4분기 결산배당에 한정되는지, 혹은 (2025년)1~3분기 배당을 전부 소급해 분리과세를 적용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라며 "시행령이나 특례가 발표되면 해당 내용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