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클러스터·해상풍력·대규모 AX 전환이 초기 후보로 부상
전력 등 인프라 프로젝트에 자금 투입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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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본격 출범하며 자본시장 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달 ‘국민성장펀드본부’를 공식 출범시키고, 금융당국도 지원 조직을 가동하며 국가 프로젝트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첫 투자처가 어디로 향하느냐, 그리고 어떤 기업이 ‘국가전략산업 대표 기업’이라는 상징성을 확보할 것인가다. 대기업뿐 아니라 PEF, VC, 중견기업까지 ‘번호표’를 들고 줄을 서는 분위기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백신, 방산, 로봇, 수소,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미래차 등 10개 첨단전략산업과 관련된 밸류체인 전반에 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X), 대규모 인프라·에너지 프로젝트, 지역산업 기반 확충, 스케일업 펀드 등 다양한 형태로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정책 당국은 1호 사업 및 초기 투자처 선정을 위한 핵심 기준으로 ▲국가전략산업 핵심성 및 글로벌 공급망 기여도 ▲민간 매칭 규모 및 조기 집행 가능성 ▲고용·지역경제 기여도 ▲생태계 전반의 연계 효과(스타트업·중견기업 포함)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프로젝트 단위가 될 가능성이 크고 어느 기업이 해당 프로젝트를 리딩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은 단연 삼성과 SK의 움직임이다. 두 그룹 모두 첨단전략산업 전반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1호 프로젝트’ 선정 시 갖는 상징성이 크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삼성과 SK는 단순히 투자 유치가 목적이 아니라 국가 첨단산업을 대표하는 레퍼런스를 가져가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첫 프로젝트에 어느 그룹의 사업이 들어가느냐는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주최한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는 SK, 셀트리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자동차, 퓨리오사AI, LG유플러스, 네이버, 두산 등 주요 기업 CEO들이 대거 참석해 관심을 드러냈다. 벤처 분야에서는 미래에셋금융, 뱅크샐러드, 이너시아 등이 참여했다.
가장 거론되는 1호 프로젝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다. 삼성, SK뿐 아니라 원익IPS, 솔브레인, 주성엔지니어링, 넥스틴, 램테크놀로지, 고영테크놀로지 등 국내 팹리스·장비·소재 기업, 그리고 ASML 등 글로벌 장비업체까지 참여하는 초대형 생태계이다.
전방위 산업효과, 민간 매칭 자금 조달 능력, 한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이 모두 맞물려 있어 정책적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신안우이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1호 사업 후보로 부상한다. 전남 신안군 우이도 인근에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한화오션·한국중부발전·현대건설·SK이터닉스 등이 주요 참여사다.
재생에너지 전환, 조선·설비·시공사 공급망 강화 등 다층적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전력인프라 프로젝트에서도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력인프라 분야는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산일전기, 파워맥스, 오이솔루션, 대한광통신 등이 주요 기업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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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장펀드가 대기업·중견기업뿐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PEF·VC 업계도 대형 기회로 보고 있다.
한앤코, IMM PE 등 대형 PEF는 반도체·에너지·인프라 관련 카브아웃 매물·포트폴리오 가치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유치에 GP로서 투자 물색 및 집행 등에 나설 기회를 살펴보고 있다. 이미 물밑에선 이런 움직임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견 PEF는 그로쓰 캐피탈 분야의 펀드레이징 뿐 아니라 관련 업체 M&A 기대감이 크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도 해당 자금이 흘러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문사들도 분주하다. 산업은행은 회계법인들과 접촉하며 초기 투자처 발굴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김이동 대표가 이끄는 삼정 재무자문본부는 내년 핵심 사업으로 국민성장펀드 관련 투자 자문을 확대할 계획이다. EY한영은 산업은행 출신 박남수 재무자문 대표가 관련 프로젝트에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PEF·VC 운용역 사이에서는 ‘창업 및 펀드 사이즈 확대의 기회’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PEF나 VC 창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단시간에 대규모 펀드 조성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150조라는 자금 규모는 내년 자본시장의 흐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수준”이라며 “투자 유치뿐 아니라 M&A 시장도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